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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사랑방~/살아가는 일들

휘발유< 1L =2000원시대>

휘발유 '1L=2000원' 시대

 

 

배기량 2000㏄인 EF쏘나타는 최고 출력이 147마력이다. EF쏘나타를 타면 말 147마리가 끄는 마차를 타는 거나 마찬가지다. 옛날엔 말 한 마리만 가져도 부자였다. 더구나 그 말은 하루 종일 달릴 수도 없다. 자동차는 기름만 채워 주면 잠도 안 자고 달린다. 선진국 국민 한 사람이 하루에 쓰는 에너지는 말 15마리를 전속력으로 24시간 달리게 하는 양과 같다고 한다.


▶문제는 석유 값이 그 에너지 가치보다 너무 싸게 매겨졌다는 점이다. EF쏘나타의 공인 연비는 휘발유 1L에 10.8㎞다. 서울서 부산까지 고속도로를 달리면 40L쯤 든다. 휘발유 값이 폭등해 L당 2000원까지 올랐지만 그렇다 해도 8만원어치밖에 안 된다. 쌀로 반 가마 값이다. 쌀 반 가마에 해당하는 양분으로 말 147마리를 먹이면서 서울서 부산까지 간다는 건 턱도 없는 일이다.


▶석유는 땅에 파이프를 박아 놓으면 저절로 나온다. 석유는 지구가 수억 년 동안 땅속에 축적해 놓은 에너지다. 그런데 워낙 생산비가 적게 들기 때문에 사람들이 흥청망청 써 왔다. 불과 150년 썼는데 벌써 고갈된다는 말이 나온다. 어차피 석유는 인류 역사에서 잠깐 등장했다가 사라질 에너지원이다. 석기에서 철기로 넘어가는 중간의 청동기시대에 비유한 사람도 있다.


 

 

▶헨리 포드는 자동차를 만들면서 "모든 집에 달리는 궁전 하나씩을 보급하겠다"고 했다. 자동차를 모는 것은 에너지 소비량으로 따지면 궁전에 살았던 옛날 왕보다 못할 게 없다. 그 굴러다니는 궁전이 서울에만 300만 대다. 너무 많다 보니 자동차를 몰고 시내에 나가면 궁전이 아니라 감옥에 갇힌 꼴이 된다. 그러자 자동차 회사들은 그 감옥을 안락하게 만들어 주겠다며 호화 인테리어에 수백만 원짜리 스테레오까지 장착하고 있다.


▶석유 값이 오르자 자동차 통행량이 줄어 도심이 훤해졌다. 웬만한 월급쟁이 배포론 자동차 기름눈금 내려가는 걸 신경 안 쓸 수가 없다. 어민들도 경유 값을 못 대 고기잡이를 포기하고 있다고 한다. 미국도 올여름 자동차 휴가여행을 포기했다는 사람이 많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기름 도둑이 극성을 부려 FBI가 단속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애당초 모든 사람을 궁전의 왕처럼 살게 한다는 건 지속가능(sustainable)하지가 않은 일이다. 고유가를 견뎌 가면서 석유를 대신한 대체연료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 한삼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