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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사랑방~/살아가는 일들

<옮긴글>부부간 사생활 보장은 어디까지!!

<2030 부부이야기> 부부간 사생활 보장은 어디까지!! - 아직도 이메일 몰래 훔쳐보세요?

 

 

여러분들은 자신의 아내 혹은 남편의 사생활을 어느 정도까지 묵인 혹은 보장하거나,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까? 참 어렵고도 복잡한 문제이다. 결혼한 친구들끼리 모여서 얘길하다보면 대개 비슷한 상황,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을 알게되었다. 가장 공통적으로 겪는 상황 중의 하나가 부부간 사생활 보장 범위에 대한 것들이었다. 과연 어디까지가 존중되어야할 사생활일지, 아니면 부부간에는 사생활이라는거 자체가 무의미한 것인지 쉽게 답을 내리긴 어렵지만, 분명 부부들에겐 한번은 꼭 풀어야할 숙제가 되고 있다.

 

 

부부간 사생활의 완전한 보장은 가능한가?

 

2030 부부들 중에서 상당수가 결혼 전에는 서로의 사생활을 어느정도 보장하는 쿨한 관계를 한번쯤 상상해본다. 그러다가 막상 결혼하고 나면 부부간의 사생활 보장이라는 것이 쉽게 풀리지않는 아주 어렵고도 복잡한 문제임을 깨닫게 되곤 한다.

 

계약결혼을 행동에 옮겼던 당대 최고의 지성인 커플 사르트르와 시몬느 드 보봐르는 서로의 성적자유와 사생활을 존중해 주기로 합의를 했다고 한다. 그러나 보봐르는 사르트르가 죽을 때 까지 그의 애정행각에 속을 썩었다고 한다. 당대의 지성인들도 서로의 사생활에 대해 완전한 보장이라는 것은 불가능했던 것이다. 그러니 우리들로서는 오죽 더 힘들겠는가?

 

간혹 2030 부부들 중에선 부부간에도 네 것과 내 것을 철저히 구분하고 사생활도 보장한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부부가 각자 번 돈은 각자 관리하며 각자가 알아서 쓰고, 각자의 일은 각자가 알아서 하고, 각자의 사적인 인간관계나 부모에 대해서도 각자가 책임을 지고 관리(?)를 한다는 식이다. 언뜻보면 합리적일 것도 같지만, 이는 지극히 이기적인 발상일뿐이며 실제로는 그리 효과적인 방법이 되지 못함을 알 수 있다. 대개 이렇게 무 자르듯 싹뚝 잘라내서 구분하기가 부부간에는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거니와, 부부사이가 생각만큼 그리 단순한 관계는 아니기 때문이다.

 

 

부부간 사생활 보장은 신뢰가 전제되어야

 

부부간에 무슨 비밀이 존재하겠냐고? 그리고 부부간에 무슨 사생활이 있냐고? 물론 이런 것도 틀린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부부간이라 할 지라도 각자의 비밀이나 사생활이 있을 수는 있다. 단 그 비밀이나 사생활이 서로의 신뢰수준을 떨어뜨리거나 결혼생활에 위해를 가할 성격이 아니라는 전제 하에서 말이다. 그리고 상대의 사생활이나 비밀이란 절대 있을 수 없으며, 모든 것은 내가 다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물론 이것을 부부가 서로의 합의 하에 지키는 것이라면 문제될리 없겠지만 한쪽에서의 일방적인 요구라면 문제될 수도 있다. 이런 사람들이 간혹 의처증이나 의부증으로 빠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신뢰를 깨는 행위를 하는 경우에 그것을 의심하는건 절대 의처증이나 의부증이 아니다. 문제는 신뢰를 지키고있는데도 불구하고 지레짐작하고 상상하여 상대에 대한 의심을 품는 것이다. 사실 의처증이나 의부증은 치료를 요하는 심각한 문제이다. 물론 이전에 신뢰를 깬적이 있어서 그것이 매개가 되어 상대에게 신뢰를 얻지못하는 경우라면 신뢰를 깼던 사람이 더많이 노력해야 한다. 신뢰를 깼던 사람이 먼저 자신의 사생활이나 비밀을 모두 공개하여 상대로부터 신뢰를 회복하도록 애써야 한다. 그렇지않는다면 악순환이 연속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생활을 침해하기 쉬운 시대를 살아가는 부부들

 

인터넷의 보편화를 비롯한 디지털화는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는 좀더 원활한 환경까지 조성해주고 있는 상황이다. 2030 부부들은 서로의 사생활을 침해하기 좀더 수월환 환경에 살고 있는 셈이다. 사생활을 엿보기 쉽다는 것이 모두 부부간 사생활 침해 행위에 면죄부를 줄 순 없다. 실제로 부부라 할지라도 서로의 이메일을 몰래 훔쳐본 것이 정보통신망이용촉진에 관한 법률과 전기통신사업법 등을 위반하여 처벌을 받은 판례가 있다.

 

사실 이메일이 보편적인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되어버린 상황이다보니, 사생활을 엿보는 수단으로 이메일을 훔쳐보는 것만큼 효과적인 것도 없다. 이제 여기서 한걸음 더 나가면 상대의 컴퓨터의 로그파일을 살펴보는 것이다. 그리고 핸드폰 사용내역도 신청만 하면 온라인에서 조회가 가능하다. 아울러 핸드폰의 GPS 기능을 통해 상대의 현위치를 추적하는 것도 간단하게 할 수 있다.

 

이제 상대가 컴퓨터에서 어떤 사이트에 들어갔는지, 어떤 키워드를 입력했는지를 볼 수도 있고, 누구와 어떤 이메일을 주고받았는지도 모두 알아낼 수 있다. 아울러 상대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누구와 언제 통화를 했는지도 모두 볼 수 있게 되었다. 거기다가 해킹 프로그램의 일종인 스파이웨어를 상대의 사생활 감시 프로그램으로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인터넷이 대중화되면서 부부가 서로의 사생활을 엿볼 수 있는 유혹은 더욱 강해지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고 인터넷이 문제라고 하겠는가? 결국 문제는 부부간의 신뢰가 아니겠는가?

 

 

숨기면 캐고싶다가도 드러내놓으면 무신경?

 

2030 부부들 중에 이메일 때문에 한두번 안싸워본 사람 없다고 한다. 요즘 네티즌이 아닌 2030은 없다고 할 정도이다보니 상대의 이메일을 훔쳐보고싶은 욕구는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다. 상대방의 이메일이나 온라인 커뮤니티의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궁금해하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런 것일지도 모른다. 인터넷의 보편화가 서로의 사생활을 간섭할 수 있는 여지를 더 확대시킨 셈이다.

 

아예 서로에게 공개할 수 있는 수준까지는 최대한 공개하고, 사생활과 비밀을 혼자만의 영역이 아닌 부부공동의 영역으로 확대시키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따라서 부부간에 서로의 사생활과 비밀을 최소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가급적 패스워드로 숨겨진 것들은 서로가 공유하도록 한다. 신뢰가 바탕이 되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다. 그리고 패스워드를 알려준다고 해서 매번 들여다보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원래 숨기면 자꾸 캐고 싶은게 인지상정 아닌가?

 

우리 부부는 숨김없이 패스워드를 모두 공유하고 있다. 신혼초에는 서로의 이메일을 자주 열어보기도 했었지만 결혼하고 살면서 서로에 대한 신뢰수준이 더 높아지면서 굳이 그럴 필요를 못느끼게 되었던 것이다. 물론 가끔씩은 상대의 프라이버시를 엿보고 싶은 악마적 유혹에 못이기는척 넘어가기도 하지만…. 사실 패스워드라는게 한두가지를 가지고 여러군데에서 쓰는 것이다보니 공유할 것도 없이 처음에 한두번 알려주면 그다음부터는 자동적으로 공유아닌 공유가 되버린다. 그렇다고 서로가 서로의 모든 사생활에 깊숙히 관여하는 것은 아니다. 패스워드를 알고있다고 해도 서로의 이메일을 몰래 열어보는건 몇 달에 한번 있을까 말까할 정도이다. 아니 애정이 식어서 관심이 없는거 아니냐고? 이건 애정의 문제가 아니라 신뢰의 문제라 할 수 있다.

 

 

부부간에는 서로가 넘나들 여지가 어느정도 있어야 한다. 부부가 되면 서로가 서로에 대해 간섭아닌 간섭을 하고, 신경을 쓰거나 도움을 주고받는 등 서로의 영역을 넘나들 가능성이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두사람이 이성적이고 합리적이면서, 서로가 서로를 신뢰하고 있다는 전제 하에서라면 부부간에 적당한 간섭과 도를 넘지않는 사생활 침해(?)는 필요하다는 얘기이다.

 

부부간 사생활의 보장의 수위는 서로가 합의해서 조절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부가 함께 이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얘기할 시간을 가져보는게 좋겠다. 부부가 서로의 사생활 보장 수위에 대한 문제로 대화하는 시기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그것이 대화가 되었건 건전한 부부싸움이 되었건 말이다. 이를 통해 부부들은 각자의 견해 차이와 서로에 대한 불만 등을 얘기할 수 있으니 언제 터질지 모를 일처럼 계속 품고사는 것보다야 빨리 터트려서 서로가 현명하게 해결할 여지를 가지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다.

 

- 김용섭 (www.webmedia.pe.kr)

- (c) 뉴스메이커

 

* 김용섭, 전은경 부부는 2030 부부들의 건전한 부부문화에 대한 정보 공유와 담론 형성을 위해 “2030 부부이야기 (cafe.daum.net/2030bubu)” 라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다. (편집자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