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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옮김]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
[교회는 누구인가-김유철]
2010년 12월 23일 (목) 09:58:15 김유철 stone@nahnews.net

   
▲ 김유철(사진/한상봉 기자)
젊은이들,
역사라는 것은 말이야
고여 있지 않고 흐른다 말이지
물론 물돌이동처럼 한 바퀴 휘 맴돌다 갈 때도 있고
깊은 웅덩이 패인 곳에는 그곳을 가득 채우고 지나기도 하고
안쪽으로 깎아지른 절벽 만나면 곤두박질도 치면서
어쨌든 흐른다는 말이지

또 하나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물은 한 번 흐르면 다시 같은 곳을 흐르지 않는다 손치더라도
역사는 얼마든지 같은 모양새로 반복해서 흐른다는 것을
깊이깊이 새겨야 할 걸세

정권政權과 종권宗權이 스리슬쩍 주거니 받거니 하는
뻔 한 쇼쇼쇼 장면들을 한번 보시겠는가?

예수를 대사제 카야파 앞에서 주리 틀린 후
수석사제들은 군중을 부추겨 예수를 못 박으라 소리 지르게 하고
빌라도는 군중을 만족시키려고 못이기는 척 예수를 못 박게 한 일이 있지
복음서마다 몽땅 다 나오는 이바구야
아, 너무 오래전 성경에 나오는 이야기라고?

좋다! 그럼 역사바퀴를 가까이 돌려볼까?

주거니받거니
주거니받거니
잉글리쉬 프렌들리 답게 ‘기브앤테이크’라고 하는 것
일명, 있는 것들의 미풍양속 1호가 바로 그것이렸다!

안중근 의사의 사촌동생이자 안악사건의 장본인인
안명근의 고해성사를 빌렘 신부가 뮈텔 주교에게 이르자
뮈텔은 눈발을 헤집고 가는 정성으로 일본헌병대에 이를 고발하고
헌병대는 깊은 감사를 전하며 선교의 편의를 제공했다.

일제가 대동아전쟁으로 금속품의 징발과 공출에 광분하자
국민총력이라는 어용 단체는 더욱더 날고뛰며
얼라들이 밥을 먹던 식기와 수저까지 갖다 바치자고 윽박지르고는
정작 국민총력 경성교구연맹 이사장 주교가 거처하는
명동성당의 종탑은 판자로 막아 종이 없는 것처럼 한 것을
일제 총독부는 몰랐을까? 눈감아 주었을까?

할 말 많은 박정희 시대는 일단 건너뛰자.
뒷날 왕창 쏟아낼 때도 분명 올 것이니
오늘은 잠시 비워두기로 하자.

오월의 광주를 피바다로 만들고
광주교구 신부 8명, 서울교구 신부 5명이 연행된 시기에
가톨릭신문은 1면 톱으로 전두환 각하가
사심 없이 주어진 책임의 완수를 약속하며
민주복지국가 건설에 총력을 다짐했다고 삐까번쩍 전했다.
그러자 신문사 사장 신부는 그해 10월 국가보위입법위원으로 등극한다.
역시 전 각하는 확실히 ‘기브앤테이크’의 타짜다.

그렇다면 2010년 명동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12월 2일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는 그동안 두 번이나
거부한 명동재개발안을 특별한 상황변화도 없는데
이번에는 만장일치로 무사통과 시켰고
12월 8일 바로 그 명동에서는 기자들을 집합시켜
주교회의가 지난 번 말한 것은 반대가 아니라 우려였으며
이렇게 설명하는 대붕의 속뜻은 싸랑하는 신자들 양심의 평화를 위함이라고
한국천주교회 실질오너가 ‘사목’하셨다

아서라 말아라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지는 것도 한 두 번이지
봄 여름 가을 겨울
아침 점심 저녁 앤드 오밤중까지
계절도 모르고 시간도 모르고
까마귀는 날고 배는 지랄같이 후드득 떨어진다더냐?

젊은이들,
이제 아시겠는가?
역사는 도도히 흐르면서 아차하면 반복되는 것임을.
그저 ‘기브앤테이크’의 슬픈 희극인 것을....

살풀이 끝!

* 필자의 건강상의 이유로 그동안 칼럼을 기고해 주셨던 김유철 선생의 칼럼을 잠깐 쉬겠습니다. 그동안 관심을 보내주신 독자들에게 감사드립니다. _편집자

김유철 /시인. 경남민언련 이사. 창원민예총 지부장. 마산교구 민족화해위원회 집행위원장.
교회비평집 <깨물지 못한 혀>(2008 우리신학연구소). 포토포엠에세이 <그림자숨소리>(2009 리북)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nah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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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시간 : 2010-12-23 09:58:15]  
[최종편집시간 : 2010-12-23 10:05: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