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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토니오의 생각~/우리문화엿보기

만파식적

만파식적

682년 5월 1일 신문왕(31代)은 심신이 피로하여 의자에 기대 앉은 채 지난 날을 잊으려 애썼다.

위대하신 아버님 문무대왕께서 세상을 떠나시니 동해에 있는 둘레 200m나 되는 바위섬을 파내어 그 사리로 수중릉을 만들어 모셨고,

선왕께서 왜구를 막기위해 세우 시다가 채 이루지 못하고 가신 감은사(感恩寺)의 완공을 끝 마친 지 며칠 안 되었다.

 

이러한 일들은 모두 조상을 위하는 일이고 널리는 나라를 위하는 까닭에 이루어 놓고 보면 모두 흐뭇한 일이지만, 몸서리치게 마음 아픈 일은 이렇게 복잡한 상(喪) 중에 장인되는 소판(3등 관명), 흠돌 일파가 반란을 일켰다.

그래서 장인을 위시 해서 부왕께서 아끼던 신하 여러사람을 사형에 처하였고 사랑하던 왕비도 죄인의 딸이라하 여 대궐에서 쫓아내야 했으니 세상은 믿을 수 없고 허전하기 짝이 없었다. 이때 문 밖에서 『해관 박숙청 아뢰오.』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부왕의 수중릉 부근에서 바다를 감시하는 책임을 맡고 있는 파진찬 (4등 관명) 박숙청이 온 것이었다.

 

왕은 해관을 들게 하였다.

해관은 숨을 헐떡이며『지금 대왕암 (수중릉) 부근에서 보지 못하던 섬 하나가 새로 생겼는데 감은사를 향해 물위로 떠 오고 있읍니다.』

문무왕은 이 이상한 말을 듣고 길한 일인지 흉한 일인지 알지 못하여 일관 김춘질을 불렀다. 일관이란 나라일을 점치는 책임을 맡은 사람이다. 일관 김춘질은 이야기를 듣고 왕께 아뢰었다.

『대왕님의 아버님께서는 지금 바다의 용이 되시어 삼한 강토를 지 키시옵고 김유신 공께서는 하늘의 신이 되시어 나라를 보시고 계십니다. 두 성인께서 뜻을 같이 하시어 나라를 지키는 보물을 주시려 합니다. 폐하께서 해변으로 행차하시오면 반드시 값으로 헤아릴 수 없는 큰 보물을 얻을 것입니다.』

 

지쳐 있던 왕은 용기를 내어 그 달 7일에 가내고개 (秋嶺)를 넘어 감은사를 지나 이견대에 행차하셨다. 과연 바다 가운데 보지 못하던 섬이 있는데 섬은 거북모양으로 생긴 산으로 되어 있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은 거북머리에 해당 되는 산꼭대기에 대나무 한 그루가 서 있는데 낮에는 두 그루로 보이고 밤에는 합해져 한 그루로 보인다는 것이었다.

 

왕은 그 날 밤을 감은사에서 쉬셨다.

이튿날 12시에 왕은 배를 타고 섬으로 가려 했는데 갑자기 두 그루의 대가 하나로 합치면서 천둥이 치고 우뢰소리가 천지를 진동 시키더니 날이 어두워지며 폭우가 쏟아지고 바람이 크게 일었다. 왕은 할 수 없이 감은사에 돌아와서 날이 개이기를 기다렸는데 7일이나 지난 16일에야 비가 그치고 날이 개였다. 왕은 비로소 배를 타고 섬으로 향했다. 폭풍이 개인 뒤라 하늘은 파랗고 물결은 햇빛에 반짝이며 하얀 갈매기들은 날개를 펴서 섬을 에워싸고 훨훨 날고 있었다. 배가 섬에 이르러 왕은 섬에 올라 대나무가 서 있는 산봉우리를 향해 계곡에 들어섰다. 비가 온 뒤라 그런지 계곡에는 안개가 자욱하여 사방이 잘 보이지 않았다.

 

왕은 걸음을 멈추고 안개가 개이기를 기다렸다. 잠시 후에 안개가 걷히더니 용이 나타나서 검은 옥대를 왕께 바치었다.

왕은 용을 맞아 옥대를 받으면서 물었다. 『이 산 위에 있는 대나무가 혹은 갈라지기도 하고 합치기도 하니 무슨 까닭이오?』『그 것은 대왕님께서 소리로 천하를 다스리게 될 상서로운 징조입니다. 비유해 말씀드리오면 한 손으로 쳐서는 소리가 나지 않고 두 손으로 쳐야 소리가 나는 것 과 같은 것이옵니다. 이 대나무도 합쳐야만 소리가 나는 것이옵니다.

대왕님께서 이 대나무를 가지고 피리를 만들어 불면 천하가 화평해질 것입니다.

 

지금 대왕님의 아버님께서는 바닷속의 큰 용이 되셨고 김유신 공은 하늘의 신이되셨는데 두 성인이 두 마음을 하나로 합쳐 저를 시켜 대왕님께 이 같은 보물을 전하라 하셨읍니다. 』라고 용은 대답하였다.

 

왕은 몹시 놀랍고 기뻐서 오색 비단과 금과 옥을 감사의 표시로 용에게 주고 사자를 시켜 대나무를 베어 오게 하였다. 대나무를 배에 싣고 섬을 떠나니 섬도, 산도 용도 문득 없어지고 보이지 않았다.

왕은 그 날 감은사에서 쉬시고 17일에 대궐로 돌아오시다가 기림사 서쪽 시냇가에서 수레를 멈추고 점심을 드 시었다. 이 때 가내고개 황용사 쪽에서 금빛 옷을 입고 말을 달려 오는 일행이 있었다.

 

대궐을 지키고 있던 태자 이공(李昭王)이 소식을 듣고 왕의 마중을 오는 것이었다.

태자 이공은 옥대를 살펴 보니 『이 옥대의 마디 마디는 모두 진짜 용입니다.』하고 깜짝 놀랐다.

왕은 네가 그 것을 어떻게 아느냐고 웃어 넘겼으나 이공이 옥대의 눈금 하나를 떼어 물에 던지니 큰 소리를 내며 옥대의 눈금은 용이 되어 하늘로 올라 가고 그땅은 패어져 못이 되었다.

이로 인하여 이 못은 지금도 용연이라 부르고 있다.

 

왕은 대궐로 돌아 와서 그 대나무로 피리를 만들어 반월성 천존고에 간직해 두었다.

이 피리를 불면 쳐들어 오던 적병이 물러가고 퍼지던 질병이 없어지고 가뭄 때에는 비가 오고 장마 때에는 비가 개이고 바람이 크게 불면 바람이 자고 태풍이 일 때는 물결이 잔다.

나라에서는 이 피리를 만파식적이라 부르며 첫째로 꼽는 국보로 삼았다.


출처: 일랑미술관 자료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