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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및국악관련정책자료

중요무형문화재 보유자(인간문화재) 지정을 놓고 논란

툭하면 자질 논란… 누구를 위한 인간문화재인가

  • 기사출처 : chosun.com 허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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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4.02.12 03:07

    기량 떨어졌다고 박탈하면서 금품 받은 사람은 지위 유지…

     

    공정성 둘러싼 갈등 끊이지 않아

     

    "도제식 전승 사라진 지 오래… 제도 자체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중요무형문화재 보유자(인간문화재) 지정을 놓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문화재청은 지난 1월 이의식씨의 '채화칠장(彩畵漆匠·옻칠에 천연 안료를 배합해 채색하는 장인)' 보유자 인정을 철회했다. 일각에서 '심사위원 4명 중 칠 전문가는 1명뿐이며, 이씨의 기법이 일본식'이라는 논란이 일었기 때문이다. 보유자로 인정예고한 지 6개월 만에 뒤집힌 것이다. 지난달 20일 인정예고한 배첩장(褙貼匠) 홍종진씨에 대해서도 자격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본지 10일자 A25면 보도>.

    끊이지 않는 인간문화재 지정 잡음

    중요무형문화재 보유자(인간문화재)의 지정과 관련한 잡음은 한두 번이 아니다. 지난 2006년에는 당시 여당 국회의원의 여동생 A교수가 가야금 산조 분야 무형문화재로 지정되면서 권력 실세의 영향력 때문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중요무형문화재 보유자(인간문화재) 해제 현황.
    문화재청은 2011년 "선정 과정을 더욱 투명하고 객관적으로 하겠다"며 새 운영규정을 도입했다. 조사자 개인의 주관적 판단에 따라 좌우될 가능성이 컸던 조사 방식을 점수로 객관화하고, 실기 능력도 구체적으로 검증하도록 세부 지표를 만들었다. 채화칠장과 배첩장은 이 새로운 평가 기준에 따라 지정 예고했지만 논란이 재연된 것이다. 이칠용 한국공예예술가협회장은 "2년 동안 공청회, 모의평가까지 거쳐 새 지표를 만들었는데 아까운 국고만 낭비한 것 아니냐"고 했다.

    금품 수수·기량 저하 등 이유로 해제

    인간문화재로 지정됐다가 자격이 박탈된 경우도 있다. 1964년 무형문화재 제도가 생긴 이후 지금까지 지정됐다가 해제된 장인은 4명. 허길량씨는 2001년 중요무형문화재 제108호 목조각장 보유자로 지정됐지만, 동종 업계 종사자와 송사에 휘말려 해제됐다. 문화재청이 밝힌 해제 사유는 '명예훼손 사건으로 실형(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기 때문'. 판소리 가객 조상현씨는 국악경연대회 심사와 관련해 경연 참가자로부터 돈을 받은 혐의로 벌금형을 받아 2007년 보유자 자격을 잃었다.

    지정과 해제에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문화재 관계자들은 "판소리 보유자 B씨는 금품 수수인데도 '불구속 입건'이란 이유로 보유자 신분을 유지하고 있다"며 "문화재청이 입맛대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어떤 이유로든 한번 해제되면 복권될 길이 막혀버린다는 우려도 있다. 허길량씨는 "2011년 승소 판결을 받아 누명을 벗었지만 재지정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제도가 오히려 전승을 왜곡한다"

    무형문화재 제도는 일제 식민 통치와 6·25 전쟁을 거치면서 맥이 끊기다시피 한 무형의 전통문화를 보존·계승하자는 취지로 만든 것. 하지만 일각에선 "제도가 오히려 전통문화 전승을 왜곡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가야금 명인 황병기씨는 "국악에선 도제식으로 가르치던 시대에나 필요했던 제도"라며 "이번 기회에 철폐를 포함해 근본적인 재검토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