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주교회의 “평화의 섬, 해군기지 반대”

천주교주교회의 “평화의 섬, 해군기지 반대”

3일 성명서 채택, “제주교구와 연대”밝혀…전국 천주교계 확산 “군사기지 찬반 혼란·갈등 우려”…무력증강은 교회가르침 위배

2007년 07월 03일 (화) 13:19:47 김봉현 기자

한국천주교주교회의가 ‘세계평화의 섬’ 제주에 해군기지와 같은 대규모 군사기지를 신설하는 것은 평화와 모순된 결정이라며 재고해줄 것을 공식 촉구하고 나섰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산하 기구인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최기산 주교) 명의로 발표한 3일 성명서를 통해 “제주해군기지 신설과 관련된 찬반 논쟁과 주민갈등으로 인한 혼란 상황을 안타깝게 지켜본다”면서 “해군기지 신설을 재고해 달라는 제주교구의 입장을 지지한다”고 분명히 밝혀 제주해군기지 건설 반대를 천명했다. 주교회의는 교회헌장과 교회법에 규정된 공식기구로 각국 천주교의 사목적 통치를 위해 설립된 주교들을 대신하는 상급기관이다. 주교회의는 성명서에서 “한반도의 안보는 모든 이가 힘을 모아 지켜 나갈 소중한 가치이지만, 제주도 남쪽 해안에 새로운 해군기지를 대규모로 건설하려는 계획에는 깊은 우려를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가톨릭 교회 교리서 3215항의 ‘군비 경쟁은 평화를 보장하지 못하며, 전쟁의 원인을 제거하기보다는 오히려 증대시킬 위험’을 안고 있기 때문”이라며 “국가 간의 긴장은 군비 증강이나 전쟁이 아니라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 상호 신뢰 구축을 통해서 풀어갈 수 있으며, 진정한 평화는 힘이 아니라 정의와 진실을 바탕으로 한 용서와 화해를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요한 바오로 2세의 2002년 ‘세계평화의 날’ 담화 9항에도 잘 나타나 있다”고 강조했다. 성명서는 “또한 무고한 인명이 희생된 역사의 아픔을 딛고 ‘세계 평화의 섬’으로 선포된 제주도는 세계 평화 증진을 위한 상징적인 터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면서 “동북아 군비 증강과 군사적 긴장의 완충 지대가 되어야 할 평화의 섬 제주도에 대규모의 군사기지를 신설함으로써 한반도의 평화를 확보하겠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모순”이라며 ‘평화의 섬’과 ‘군사기지’ 양립가능을 주장한 정부와 제주도의 유치결정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성명서는 “해군기지 신설은 제주도가 지닌 천혜의 아름다운 자연 환경과 생태계를 파괴한다”고 경고하고 “특히, 그 대상지로 선정된 (강정)지역은 유네스코가 지정한 생물권 보전지역과 인접해 있고 국가지정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군사기지가 제아무리 친환경적으로 추진된다 할지라도 우리나라의 마지막 청정 지역의 치명적인 파괴와 어민의 심각한 생존권 위협은 불가피하다”고 포문을 멈추지 않았다. 성명서는 이어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는 제주교구와 연대하며, 혼란과 갈등에 빠져 있는 제주도민들이 이번 해군기지 문제를 지혜롭게 해결해 가기를 기원한다”며 가톨릭계의 전국적인 연대의사를 밝혔다. 끝으로 주교회의 산하 정평위는 “아울러 이번 일로 서로 대립했던 주민들이 서로 화해하고 일치하여 제주도를 진정한 ‘세계 평화의 섬’으로 가꾸어 가기를 기도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2일 상임위원회 정례회의에서 ‘제주해군기지 건설문제’를 안건으로 상정, 한국 천주교회 차원에서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고 있는 제주교구와 연대하는 것을 승인했다. 이에 따라 주교회의 산하 정의평화위원회 명의로 3일 성명서가 발표됐다.

<본 기사는 "제주의소리"에서 옮겨온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