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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과 함께~/국악사랑

개구리 소리 - 이오덕 시, 김영동 곡

 
 
초등학교 음악 교과서를 살펴 보다
6학년 교과서에 실린 ‘개구리 소리’를 보고 깜짝 놀랐다.
<메아리> 같은 운동가요 노래책에서나 볼 수 있었던 노래가
교과서에 실리다니, 세상이 달라지긴 달라졌다.
그렇지만 2, 3, 4절을 빼고 1절, 5절만 실어 놓은 악보를 보면서
우리 교과서가 가진 ‘한계’를 다시 생각했다.
교과서 동요가 대부분 그렇듯 이 노래도 알맹이라고 할 수 있는
 ‘이야기’는 쏙 빠지고 ‘풍경’만 남은 꼴이다.

‘읍내 장에 나물 팔고 돌아오는 어머니
 빈 광주리 가득히 네 노래 담고 오신다 
 울어라 개구리야(4절)’
같은 빛나는 구절이 빠지다니 여간 섭섭한 게 아니다.
본디 이오덕이 쓴 시 ‘개구리 소리 2’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부분이다.

십리 길 읍내 장에 나물을 팔고
자갈돌을 밟으며 돌아오시는 어머니
빈 광주리에는 너의 노래가 담겼다.
온 몸에 너의 노래를 감고 오신다.

음악 교과서에는 ‘슬픔의 정서’와 ‘어둠의 정서’가 거세되어 있다.
학교 교육이 시작된 이후 그 교육의 틀을 짜고 있는
어른들은 아마도 ‘아이들은 밝고 즐거운 노래를 듣고 불러야 한다’거나
‘슬픈 정서를 가진 노래는 아이들에게 좋지 않다’는 굳은 생각이 있는 모양이다.

아이들이라고 밝고 명랑한 노래만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어른들이 억지로 만든 ‘답’일 뿐이다.
아이들은 슬픈 노래도 좋아한다.
우리 전통 노래들을 보면 아이 노래든 어른 노래든
대부분 슬픈 빛깔(정서)을 갖고 있지 않은가.
아이들도 어른과 마찬가지로 슬픔, 외로움, 노여움, 그리움의 정서가 있다.
이런 여러 가지 정서의 ‘결’을 풍부하게 경험해야 할 텐데
우리 음악 교과서는 반쪽짜리 교과서다.
‘밝음의 정서’는 있어도 ‘어둠의 정서’는 없다.
‘기쁨의 정서’는 있어도 ‘슬픔의 정서’는 없다.
예전 교과서에도 실렸던 ‘짝자꿍’(윤석중 동시)만 해도 그렇다.
 2, 3절이 빠지고 1절, 4절이 실렸는데 그것도 4절 끝 두 줄이
 ‘울든 언니가 웃는다  눈물 씻으며 웃는다’에서
 ‘우는 엄마가 웃는다 / 우리 아빠가 웃는다’로 바뀌어 있다.

들로 나아가 뚜루루 / 언니 일터로 뚜루루
언니 언니 왜 울우 / 일하다 말고 왜 울우
우는 언니는 바보 / 웃는 언니는 장사
바보 언니는 난 싫어 / 장사 언니가 내 언니

(윤석중 ‘울든 언니 웃는다’ 2, 3절)

이렇게 두 절이 빠지고 노랫말이 바뀌면서 아주 다른 노래가 되었다.
참 모를 일이다.
어른들도 다 한때는 아이였는데 어쩌면
그렇게 아이들 마음을 모르는지.

- 백창우/작곡가

<2004. 7. 19. 한겨레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