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이선유 명창의 '새타령'을 들어본다. 이선유 명창은 동편제의 유명한 송씨 가문 송우룡에게 판소리를 배웠다. 그런데 같은 제자이면서 역시 송씨 가문인 송만갑과는 사뭇 창법이 다르다. 송만갑의 새타령(물론 <적벽가>에 나오는)과 비교해서 들어봐도 그렇다. 특히 송만갑 명창은 가문 전래의 창법과는 상당히 다른 궤도에 진입하므로서 정통 동편제와는 사뭇 다른 가창 스타일을 만들어 내기에 이른다. 따라서 송만갑은 이선유와는 같은 제자(동기일 수도)이면서도 그 소리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 드는 드는 것은 그리 놀랄만한 일은 아니다.
![]() |
(엇뜻 보기에도 이선유 명창은 깡마른 체격이다. 탄탄한 목을 타고
나지 못했던 그로서는 강인하고 씩씩한 성음 대신 리듬의 구성과
배치에 눈을 돌렸다. 왼편 사진은 이선유 명창의 판소리 다섯 바탕
의 사설을 정리한 김택수다)
필자가 생각하기에는 송만갑의 목으로 '우기는' 창법은 당대 이전에는, 적어도 그가 배웠거나 활동하던 시기에는 없던 것이었다. 그것을 들은 송우룡이 그를 집에서 쫓아낼 정도로 그것은 송씨 가문의 소리 이념 내지 그 구현과는 판이한 것이었다. 그 창법이란 것은, 세세상성으로(가장 높은 상청으로) 전력을 다하여 부르다보니, 정통 동편제 창법이 구현해야 될 디테일에서는 미진한 (곳이 있기 마련인) 그 어떤 것이라고 판단된다. 그러다 보니 송만갑의 창법은 이선유의 담담한 듯하면서도 짜임새 있는 소리와는 다를 수 밖에 없었다고 필자는 보는 것이다.
본 음원에서 이선유 명창은 다른 명창에게서 들을 수 없는, 적어도 현재 전해지는 녹음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스타일의 '새타령'을 부른다. 그렇다고 이동백이 판소리를 하면서 중간중간에 끼워서 불렀다던 잡가 '새타령'은 더더욱 아니다. 그런데 한가지 주목할 것은, 이 녹음에서 들리는 이선유 명창의 목소리가 곱다거나 단순하다는 일관된 속견을 단번에 깨뜨린다는 것이다. 물론 그의 전체적인 성음이 천구성이긴 하지만 여기에서는 남성적인 창법, 예를 들어서 한 음마다 연달아서 거칠게 꾹꾹 눌러준다거나 하면서 굴곡을 내주고 있다. 더욱이 이 곡에서 이선유는 한 장단 혹은 두 장단을 단위로 리듬을 달리하여 부름으로써, 음악적 단조로움을 피하고 있다. 이렇게 하여 각종 새들에 대한 사설의 나열에 음악적 변화를 주어 표정을 다양하게 만든다. 그의 음악은 성음보다는 사설이 요구하는 소리의 적절한 높낮이와 리듬의 극적인 변형으로 '각'을 내주는 것인데, 이런 특징은 그가 부른 모흥갑제 '이별가'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목이 좋지 않은 편에 속하는 이선유만의 훌륭한 선택인 것이다.
필자의 지론인즉, '소리'란 모름지기 자신의 목에 맞게 기존의 곡을 재해석해서 불러야만 한다. 적어도 판소리에 관한한, 차이 없는 반복은 허상이요, 그 허상을 좆는 자는 헛되다. 이런 헛된 소리를 추구하는 소리꾼에게 이선유의 '소리'는 뭔가 속삭이고 있고 때로는 고함치고 있는 것이다.
사설은 <동편제 판소리> 음반의 해설지에 실렸던 것을 본 블로거가 일부만 변경한 것임을 알려드린다. 상당히 고제에 속하는 이 판소리, 즐겁게 감상하시길 바란다.
(중모리)
그때 토끼 좋아라고 고봉청산을 올라간다.
산천경계 바라보니 층암절벽으 높을 '고' 자,
거꾸러질 듯 솔 '송' 자며, 못할 '미' 자가 그이허고,
시내 '계', 물 '수' 자며, 흐를 '류' 자가 경이로구나.
또 한편 가만히 바라보니 왼갖 잡새가 날아든다.
비입단산 아침볕에 문채가 좋다 봉황새며,
월궁수에 승피허고 무오건하의 난조로구나.
단정고객의 현상호의 알연쟁명 선학이요.
댕명왕의 노기새에, 새설 좋다고 앵무새며,
청강녹수에 오락가락 그늘이 좋다고 원앙새며,
심림에 깃디리니 불과일시으 도요새며,
수정문배 삼십장의 끌끌 푸드덩 쟁끼로구나
녹음청풍 자각선허니 매용매용 매암이며
광풍을 쫓아 떨쳐난다 구만장천으 대붕이요.
운무심이출수허니 요지일월 청조새며,
금(글)자를 뉘게다가 전허리 가련생생으 기러기며,
생증장악으 수고란이 어여뿔사 채련새며,
성성제혈이 염화지어 귀촉도 불여귀라.
서몽을 놀래 깬다 맥교지상 꾀꼬리 수루루,
주공동정 돌아든다 관명운지 황새로구나.
비입심상의 백성가의 왕사당년의 저 제비며,
양류지 담담풍에 둥둥 떴다고 징경이라.
'~음악과 함께~ > 국악사랑'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감상-살풀이 춤 (0) | 2010.04.13 |
---|---|
무형문화재제5호<판소리>보유자 (0) | 2010.03.23 |
[스크랩] -1990년대의 재인과 그 후계자들 (0) | 2010.03.20 |
[스크랩] 바디 (0) | 2010.03.20 |
[스크랩] 판소리의 유파와 명창 (0) | 2010.03.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