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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토니오의 생각~/책(도서요약)소개

타인의독후감으로본 책-‘설득’의 미학(김정석님의 글)

    ‘설득’의 미학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우리는 지금 변화하는 복잡다단한 환경 속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생존을 위해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그런데 그 의사결정이 쉽지 않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우리는 고정관념을 사용하고 어림짐작에 따라 행동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고정관념이나 誘發 機制가 요구하는 행동이 항상 주어진 상황에 적절하지만은 않을 수도 있다. 아무런 결정도 하지 못한 채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며 다시 분석된 정보를 재점검하는 행동만을 되풀이 한다. 결국 정작 의사결정의 중요한 시점을 놓쳐버릴 우를 범할 지도 모른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로버트 치알디니는 『설득의 심리학』에서 6가지 법칙을 내세웠다. 곧 상호성의 법칙, 일관성의 법칙, 사회증거의 법칙, 호감의 법칙, 권위의 법칙, 희귀성의 법칙 등이다. 아울러 여기에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적절하게 서술하여 불로소득자에게 속지 말라고 경고하고 있다.  

 이 책을 통해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해하는 폭넓은 계기를 마련해 주었으며, 인간의 은밀한 심리 자체가 적나라하게 파 해쳐져 흥미진지했다. 인간의 심리를 분석하여 그 대안까지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하겠다. 또한 인간에게는 과거 원시시대부터 현대 문명에 이르기까지 많은 문명을 이루었지만 집단 무의식의 발로도 여전하다는 것을 느꼈다. 예컨대 기숙사의 정식 멤버가 되기 위한 통과의에서는 예전의 성인의식이나 조선조 신참례, 군대 환영식 등 집단에 대한 충성도를 높인다는 이유로 현재까지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영속성(永續性)’은 이 책에서 말하는 무의식의 타당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럼 이 6가지를 구체적으로 나누어 살펴보기로 하겠다.

 첫 번째는 상호성의 법칙으로 내가 다른 사람에게 어떠한 호의를 베풀었을 때 다시 나에게 호의가 돌아온다는 법칙이다. 당신이 호의를 베풀었다면 언젠가 그 상대방에게 호의를 요청했을 때 들어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일보 후퇴, 이보 전진 설득’은 설득의 기술로도 좋은 예가 된다. 하지만 남의 호의가 나의 큰 보답을 의도적으로 이끌어 내기 위한 미끼로서 사용되었다는 사실이 분명하게 판명된다면, 우리는 이를 단호히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대안까지 제시하고 있다.

 두 번째는 일관성의 법칙으로 긍정의 대답을 이끌어 내라는 말이다. 자신이 한번 선택하면 끝까지 옳다고 합리화하고 마는 사람의 본능을 이용하는 법칙이다. 그러므로 상대에게 여러 번 ‘예스!’의 대답을 얻어낼 수 있는 질문을 던져라. 긍정의 대답을 하는 사이 결국엔 최종적인 당신의 설득에도 ‘예스’라고 말하며 고개를 끄덕인다는 것이다. 이것이 유익한 일관성과 어리석은 일관성을 구별하는 능력을 갖추어야 하며 본능적인 거부감과 처음에 자신이 의도했던 바를 되돌아보라고 대안을 제시한다.

  세 번째는 사회적 증거의 법칙으로 자신의 의견이 확실하다고 생각하지 못하면, 다수의 의견을 따르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것이다. 분홍색 립스틱을 사게 하고 싶을 때, “유행에 민감한 요즘 여자애들 화장대 위에 분홍색 립스틱 하나 없는 애가 어디 있겠어.”라고 말하는 식이다.

사회적 증거와 같은 자동 조정 장치를 완전히 신뢰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여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네 번째는 호감의 법칙으로 첫 인상이나 후광효과 등 호감 정도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신은 너의 내면을 보지만 사람들은 너의 겉모습을 먼저 본다’는 말이 있듯 외모와 호감의 정도에 따라 선택한다. 이럴 경우 우리에게 어떠한 요청을 하는 사람에 대한 감정과 그의 요청에 대한 감정이 마구 뒤섞여 혼재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다섯째는 권위의 법칙으로 우리는 보통 높은 권위를 가진 사람이 이야기를 하면 추호도 의심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당신이 설득하고자 하는 것이 어느 권위자의 생각과 같은 것이라는 느끼는 순간 상대의 마음을 한결 당신 뜻에 기울게 된다. 권위의 복장을 한 사람의 지시를 우리가 거부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생각하면 된다. 사기꾼들이 병원의사, 군복 차림, 경찰복장 의상으로 활개 치는 점을 상기하라고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여섯 번째는 희귀성의 법칙으로 상대에게 고민할 시간을 주지 말라는 것이다.  홈 쇼핑을 볼 때 “물품이 몇 개 안 남았다”, “시간이 없다”와 같은 말을 자주 들는다. 그런 말을 들으면 그저 망설이고만 있던 마음을 금세 굳히고 물건을 사고 만다. 냉정하게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과 의지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이렇게 저자는 호의를 베풀고, 긍정의 대답을 이끌어 내며, 일반적인 것임을 강조하고, 호감을 주며, 권위자의 말을 인용하고, 상대에게 고민할 시간을 주지 않으면 남을 설득시킬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윤 추구에 대한 동기는 모든 사람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인간 본성의 일부분이다.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급한 의사결정으로 신뢰성을 볼모로 不善한 자들의 이윤 추구를 못하게 해야 한다. 인간의 내면 심리에 근거한 원리를 남용하는 어떠한 시도에도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샘플 전략, 장사치의 마감전략, 상실에 대한 두려움’ 등등 소신 있게 살기 위해서는 인간의 내면 심리를 알아야 전략을 세울 수 있다는 이치가 담겨있다.

  이러한 6가지 법칙을 인지하고 상대와 대화하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는 분명 차이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공감하도록 마음을 열고, 진심으로 원하는 말을 해야 한다. 남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상대의 심정을 잘 파악하고,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는 혜안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무조건 목적만을 말할 것이 아니라 분위기를 조성하고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상황과 분위기를 만들면 훨씬 쉬워 질 것이다.

   지난 7월 31일 일요일 KBS 역사드라마 <광개토대왕>에서 전쟁 배상금300 만냥을 받으러 간 고구려 國相과 후연의 황제의 담판 장면이 불현 듯 생각났다. 이전에 사신을 속여 배상금 약조가 없다고 한 황제와의 담판이기 때문에 어떻게 황제를 설득시킬 것인가 하고 유심히 봤다.  먼저 고구려 국상이 운을 띄운다.

   “황제께서는 전쟁으로 후연의 미래를 열어 나가십니까? ”

 그러자 황제는 “전쟁은 마지막 惡手요, 이웃나라와 백성의 화합과 조화로 나라를 이끈다”고 명분 있는 말을 한다.

  국상은 화합과 조화로 나라를 이끈다면서 잊어버린 글자가 있다고 강하게 나가니, 황제는 잊어버린 글자가 무엇인지 궁금증이 났다. 그러자, 국상은 신하를 물리라고 말하면서 독대를 청한다. 궁금증이 증폭되는 과정을 통해 담판을 지으려는 속셈인 것이다.

  독대했을 때 다소 과장된 행동으로 칼날을 잡고 탁자 위에 피 묻은 손으로 ‘信’ 字를 국상은 쓴다. 지난번 약조를 어겼다는 강한 메시지 인 것이다. 황제는 자기 앞에 흉기를 들이댔다며 죽이겠다고 위협한다.  후연의 국력이 강성하여 고구려를 치겠다는 위협을 가하지만 이미 마음은 설득당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렇듯 당면 문제를 직설적으로 말하지 않고 에둘러 정론을 말하여 나의 의도에 말려들도록 유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남을 설득시키려면 찬찬히, 부드럽게 이해시켜야 함을 새삼 느꼈다.

  상대방과 공감할 부분을 먼저 인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고려 때 소손녕과 서희의 담판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고려와 송나라의 국교를 단절하기를 원했던 거란은 속셈은 숨긴 채 계속 시비를 걸어온다. 서희가 이를 간파하고 합당한 명분과 논리를 내세워 오히려 압록강 주변인 귀주, 흥화진 등 6개의 성을 얻은 것이다. 전쟁하지 않고 강동 6주를 얻은 전략은 상대의 처한 입장을 먼저 간파하여 원하는 대로 해 주되 실리를 찾은 것이다.

  이렇듯 속고 속이는 세상에서  줏대 있게 살기 위해서는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의도를 잘 활용하여 생활에 적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