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이 흐르도록
알 수 없는 무언가에 칭칭 감겨 있는 것 같다.
꽁꽁 묶여서 자유로이 항해할 수 없는 것 같다.
가만히 서서 파도를 받아 안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파도를 탄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속수무책으로 흔들리는 수밖에.
저 매듭만 푼다면.... 저 매듭만.
혹시 이 매듭의 길이에 길들여진 것은 아닐까.
배는 항구에 있을 때 가장 안전하지만,
항구에 머무르라고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박노해 님의 말처럼
나는 세상 파도를 타거나, 헤쳐 나가야만 한다.
근데 이렇게 묶인 채로는 그 리듬을 탈 수가 없다.
저 드넓은 바다와 춤추라고 지름 받았는데....
어떻게 해야 자유를 춤출 수 있을까?
누군가가 나를 묶은 것이라 생각했지만
매듭은 내 두려움이 만든 것,
너무 멋지게 해내려는 마음이
나가지 못하게 한다.
꾸준히 저어 가다 보면
진정한 자유를 만나게 될 텐데.
내 항해 일지는
하얗게 매일을 넘기고 있다.
마음을 다하지 못하는 날들이다.
애달픈 고백도,
속수무책의 사건들도,
못 다한 사랑도 기록하지 못한 채
완벽한 날을 기다리며 비워 두고 있다.
나의 욕심에 눌려,
이제 나를 그만 놓아주어야겠다.
마음껏 사랑하며
주님의 바다에서 유유히 놀 수 있도록
자유로이 흘러갈 수 있게 기쁘게 놓아주련다.
못 다한 이야기들도 소중히 간직하며
내 항해 일지에
자국을 남겨야겠다.
- 김선명 스테파노 수사, 마음 싹이 움트는 그림 이야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