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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사랑방~/좀더 나은 삶을 향하여..

휴가(쉼)에 관한 강론

제   목 연중 제16주일(나해: 7월23일) 강론
작성자 유영봉 신부
연중 제16주일 :예레23,1-6; 에페2,13-18; 마르6,30-34

제2강론: 쉴 줄 모르는 사람은 비 복음적이다. (휴가자를 위한 강론)
묵상길잡이 : 바캉스란 외래어가 우리 귀에 낯설지 않다. 드디어 휴가철이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도“따로 한적한 곳으로 가서 함께 좀 쉬자”고 하신다. 고된 일 후에 쉼이야말로 참으로 천국(영원한 안식)을 미리 맛봄이다. 잘 쉬는 사람만이 더 잘 일할 수 있고, 영감(靈感)을 얻을 수 있다.

1. 일과 쉼의 관계(일하기 위한 휴식이라야)
'바캉스'라는 외래어가 우리 귀에도 낯설지 않다. '바캉스'란 원래 vacatio(바까시오; 휴가, 방학) 이라는 라틴어에서 온 말이다. 사실 주말 휴무제도도 알고 보면 “하느님께서 이렛날에 복을 내리시고 그 날을 거룩하게 하셨다. 하느님께서 창조하여 만드시던 일을 모두 마치시고 그 날에 쉬셨기 때문이다.”(창세2,3)는 말씀에 그 기원을 두고 있다고 하겠다. 하느님께서 몸소 일하시고 쉬는 모범을 보여주신 것이다. 성서를 보면, 구약시대부터 10계명 중에서 신앙생활과 가장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안식일 법’이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안식일에는 전쟁도 하지 않으려 했다. 왜 이토록 안식일 법을 중요하게 생각하였을까?
일하기 위해서 쉬는가? 아니면 쉬기 위해서 일하는가?
창조된 세계는 인간의 노동(일)으로 완성되어 가는 것이기에 일은 하느님의 창조사업의 연장작업이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일하지 않는 사람은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이 세계를 완성시켜 가는 여정에 방관자가 되는 것이다. 우리 주변엔 어떤 일도 하지 않고 식도락이 유일한 낙(樂)인양 빈둥거리며 무위도식(無爲徒食)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 사람은 참으로 쉴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 열심히 일한 사람만이 참으로 휴식의 가치를 알고 그 맛을 즐길 자격이 있는 사람이다.

2.한국인의 큰 병, '바쁘다, 바빠 병'
예수님께서는 오늘 복음에서 전도활동을 하고 돌아온 제자들의 보고를 들으시고는 “너희는 외딴 곳으로 가서 좀 쉬어라.”고 말씀하신다.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함께 휴가에 들어가시는 것이다. 근면함은 중요한 덕목(德目)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쉬지 않고 계속 일할 수는 없음을 알아야 한다. 인간은 무한(無限) 동력을 내는 기계가 아니다. 쉬지 않고 계속 일하는 사람은 마치 브레이크가 고장난 자동차에 비길 수 있다. 틀림없이 엄청난 불행을 자초하게 될 것이다.
우리 주변에는 너무 열심히 일하다가 과로사(過勞死) 하는 사람들이 많다. 40-50대에 과로로 쓰러지는 사람이 가장 많은 나라가 우리나라라는 보고도 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들에게는 막연히 ‘열심히 일하는 것 = 좋은 것, 쉬는 것 = 나쁜 것’이라는 생각이 깔려있다. 또 주변 사람들이 죽기 살기로 설치니까 좀 여유를 가지면 괜히 불안해 지는 것도 우리 사회의 분위기이다. “바빠서 죽을 지경이다.” 는 말을 자랑처럼 하기도 한다. 그래서 “바쁘다, 바빠”를 연발하며 은근히 자기는‘잘 나가는 사람’임을 자랑하는 사람도 있다. 이 병을 고치지 않는 한 인간다운 삶은 기대할 수 없다. “돈을 잃는 것은 작은 것을 잃는 것이고, 명예를 잃는 것은 큰 것을 잃는 것이다. 그러나 건강을 잃는 것은 모든 것을 잃는 것이다”는 말을 기억해야 한다.

3. 쉴 줄 모르는 사람은 비 복음적이다.
그러나 우리는 분명히 알아야 한다. 쉬지 않고 계속 일하는 사람 치고 일을 제대로 하는 사람은 없다. 쉬지 못해 피로에 지친 사람은 미소로 남을 대할 수도 없고, 총명한 정신으로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도 없고, 기발한 아이디어나 영감(靈感)이 샘솟을 수도 없다. 수많은 불멸의 작품들의 그 영감(靈感)과 구상은 참된 휴식을 통한 예지에서 나온 것이었다. 금메달을 목표로 강 훈련을 하는 선수들도 일주일 내내 쉬지 않고 연습하는 것보다 하루 이틀 쉬는 것이 훨씬 효과가 있다는 스포츠 과학의 연구결과도 있다.
어떤 사람이 얼마나 성숙된 사람인가를 알려면, 그 사람에게 자유시간을 주고 그 시간을 얼마나 잘 사용하는가를 보면 된다고 한다. 여가를 잘 보낼 수 있는 능력 그것이 그 사람의 성숙도를 가늠하는 기준인 것이다. 해외여행을 4박5일 하면서 계속 호텔 방에서 카드놀이만 하다 왔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도 있다.
“예배당 신자들은 주일날 일하면 망하는 줄 알고, 천주교 신자들은 주일 날 쉬면 망하는 줄 안다.”는 말도 있다. 「금. 토요일은 가족을 위해, 주일은 주님을 위해」라는 슬로건이 교계에 퍼지고 있다. 주 5일 근무제가 정착되어 가고 있다. 주일은 문자 그대로 주님께 바쳐진 날이다. 먹고 살기 위한 일에서 벗어나 주님 앞에 자신을 되돌아보고, 찾아보아야 할 분들을 찾아보고,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냄으로 한 가족임을 확인하는 그런 날이어야 한다. 자연 속에서 별과 꽃들을 관찰하고, 새 소리 물소리 풀벌레 소리를 들으며, 폭포와 모래톱과 석양을 보며 감탄해 본 적이 있는가? 자연과 어우러져 감탄할 수 있는 사람만이 찬미와 감사의 기도를 드릴 수 있을 것이다.
‘안식일 법’이야 말로 인간다운 삶과 인류의 발전과 구원을 위한 만고불변의 진리임을 깨닫자. 안식일을 지키는 않는 사람, 쉴 줄 모르는 사람은 비 복음적이다. “주일을 지키는 사람은 신자이고, 지키지 않는 사람은 비신자이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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