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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을 읽다<최영욱(그레고리오)시인>


하동문화원 발간 2006년 12월 [하동문화 25호편]-에 실린
하동 최영욱 시인의 글을 옮깁니다


섬진강을 읽다 - 하동 최영욱


[들어가면서 ]
이쯤이면 숨이 찰 만도 하다.
저 윗동네 진안의 팔공산에서 단 한번의 쉼도 없이 오백 삼 십리 
물길을 달려오면서 임실. 순창들 산악지역을 누비다가 곡성에 이르
러서는 보성강물을 합하여 소백산맥 남단을 뚫고 南으로 南으로 
흐르다가 구례에 이르러서는 용도연의 물과 지리산의 물을 합하여 
화개에 이른다. 
화개에서 잠시 숨을 고른 강은 세석평전의 핏물과 역사, 강 건너 
백운산의 아픔마져도 품은채 그렇게 하동을 지나 남해바다 한려
수도에 닿고서야 그 긴 여정을 내려 놓는다.


하동읍과 광양 다압면을 있는 섬진다리
그 긴 여정을 닿는 곳마다 절경이 아닌 곳이 없고 시인묵객들의 노래는정창이 아닌것이 없다. 이렇듯 큰 강을 중심으로 하여 문화는 꽃을 피우고 그 꽃핌의 문화를 찾아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섬진청류를 따라 19번 국도로 혹은 강 건너 지방 도로를 찾아든다. 강은 굽이돌고 돌고 굽으면서 때론 山을 품기도 하고 때론 평야를 이루어 독특한 그 지역의 문화를 빚어낸다. 문화를 빚어내기도 하지만 문화의 경계를 이루기도 한다. 강을 중심 으로 나뉘는 동편제와 서편제가 그렇고 남도문화와 영남의 문화가 그렇다. 그 강을 중심으로 하는 문화는 넓고도 깊지만 지면 사정상 하동을 중심으로 하여 섬진강과 어우러진 옛 선인들의 자취와 근대 한국 문학에 나타나는 섬진강을 음미해 보기로 하자.

 
2. 先人들의 섬진강  

고려시대부터 수많은 시인묵객들이 지리산을 기행하면서 이 섬진강
을 노래한 시들이 다수 전해지고 있으나 이 중 일두 정여창 선생
이야 말로 섬진강과 가장 가까이 벗하면서 소요했던 분이라 선생을 
중심으로 하여 몇편의 시를 소개한다.

악양 평사리에서 보이는 하동으로 굽이쳐 흐르는 섬진청류
일두 정여창 (1450-1604) 선생은 조선 성종때의 문신으로 점필재 김종직의 문인이다. 연산의 폭정을 피해 화개면 도탄(지금의 덕은리 상덕)에 처자를 거느리고 와서 악양정을 지어 살면서 학문을 연구 하며 강론하다가 하동읍 목도리 섬진강가에 목도강정을 세워 소요 하였다. 특히 선생은 섬진강가에 대한 남다른 애정으로 여러 편의 절창을 남겼다. 그 중 선생의 섬진강시편을 보면

 風蒲泛泛弄輕柔
(풍포범범농경유)
솔바람 부드러이 갯버들을 흔드네 

 四月花開麥己秋
(사월화개 맥기추)
늦은 봄 화개 골엔 보리가 익어가고

 看盡 頭流千萬疊
(간진두류 천만첩)
지리산 천만 봉을 두루 구경하고

 孤舟又下大江流
(고주우하대강류)
조각배에 몸을 싣고 강물 따라 흘러가네


이렇듯 선생은 섬진강 기슭 화개에서 소요하시다 다시 섬진강의 
하류 하동읍 목도리로 이거하시어 목도강정을 짓고 은거하시다가
섬진강의 안개처럼 무오사화 때 함경도로 유배되어 돌아가신다.
그 후 수 많은 선비들이 선생을 사모해  선생의 시를 차운(借韻)
하여 많은 명편을 남겼다.
돈재 정여해,옥계 노 진,현주 이소한, 산석 김현옥, 후창 김택술, 
매천 황 현.등이 있다.
지금의 악양정은 1901년 (광무 5년)에 중건되었으며 그 중건기를 
면암 최익현이 썼다. 그리고 목도강정은 이미 없어져버렸고 그
곳엔 목도강정유허비만 있으니 애석할 일이다.
한편 선생과 같이 김종직의 문하에서 수학한 영남학파의 중심으로
 탁영 김일손(1464-1498)이 있다. 선생 역시 일두 선생과 함께 무오,
갑자사화를 입어 돌아가시나 선생의 절편들이 곳곳에 남아있다.
그 중 섬진강 시편을 보면

 滄波萬頃櫓聲柔
(창파만경노성유)
만경창파엔 노 젓는 소리 부드럽고


 滿柚淸風却似秋
(만유청풍각사추)
소매에 스치는 맑은 바람은 가을 같고

 回首見看眞面好
(회수견간진면호)
고개를 돌려 다시 보니 참으로 아름다워

 閒雲無跡過頭流
(한운무적과두류)
한가로운 구름은 흔적이 없이 두류산을 넘네


이렇듯 큰 강이 큰 산을 만나면 읽으면 명편이요, 보느니 절경이다.
이 외에도 참으로 수많은 고려,조선조 선비들이 섬진강을 노래했으니 
참으로 섬진청류요 억눌림 없는 흐름이라 하겠다.
1부 끝(계속;근대문학에서 나타난 섬진강편)
15007

영상자료/서석조시인,김인호시인님 제공
최영욱시인은 평사리근교 망우장에서[최참판家]茶와 함께 지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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