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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사랑방~/좀더 나은 삶을 향하여..

돈에 관한 이야기

[한겨레] [제윤경의 재무설계 이야기]

최근 서점을 돌아보면 ‘~에 미쳐라’를 강조한 책 제목이 부쩍 눈에 많이 띈다. ‘미쳐라’고 하는 것은 어떤 대상에 열정적으로 임하고 열심히 하라는 의미인 만큼, 그 자체는 나쁘지 않다. 문제는 미쳐야 하는 대상이다. 이들 책을 보면 우리 주위에는 미쳐야 할 대상이 참으로 다양하게 널려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가족에서부터 일과 고객처럼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것에서부터 땅과 아파트, 경매, 주식, 채권 등 재테크와 관련된 것들도 많다.

 

부자 열풍이 ‘돈맹’을 양산한다?=각종 재테크 베스트셀러들은 부자가 되려면 돈과 관련된 것들에 ‘미쳐야 한다’고 선동한다. 최근 직장인들의 최대 화두가 돈이라고 하니, 이런 선동이 우연은 아닌 듯하다.

문제는 돈에 미치고 부자가 되어야 한다는 열정 뒤에 막연함이 숨어 있다는 것이다. 돈에 미치고 싶은 꿈은 큰 데 반해, 돈의 기본 개념을 잘 모르거나 무시하는 ‘돈맹’인 경우가 태반이다. 아니 막연한 부자를 꿈꾸는 부자 열풍이 돈맹을 양산하고 있다는 게 정확한 말인지 모르겠다.

 

오랜 재무설계 상담을 통해 분석한 돈맹의 유형은 대략 네 가지로 정리해 볼 수 있다. 최근 가장 많이 늘어나고 있는 유형은 ‘대박형’이다. 로또 당첨이나 부동산과 주식 같은 투자 상품에 대박이 터져줘야 부자가 될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착실히 저축해서 부자가 될 수 없다는 믿음을 가진 경우도 상당수 된다. 이런 돈맹은 위험한 투자와 막연한 대박에 대한 환상으로 늘 마이너스 인생을 살 위험이 높다. 당장 갚아야 할 부채 규모와 매달 상환해야 하는 원리금 부담이 가계 재정에 큰 위험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은 뒤로한 채, 부동산 투자에 무모하게 동조하는 것은 돈맹의 전형이다. 이들은 대부분 투자가 실패할 수 있는 여러 위험 변수들은 깡그리 무시한다.

 

돈맹에서 탈출할 방법은 있다!=대박형 돈맹이 있다면, 반대로 귀찮아서 돈에 애써 무심해지는 돈맹이 있다. 이런 유형은 돈에 연연해하는 최근의 세태를 비판하면서 돈을 따지는 것이 속물스럽다는 생각을 흔히 한다. 그러면서도 누군가 부동산이나 주식으로 큰돈을 벌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소외감을 갖는다.

이밖에 미래에 대해 막연히 낙관하면서도 미래 준비를 소홀히 하는 유형이 있고, 자신이 버는 돈이 적기 때문에 관리할 것도 없다고 판단하는 자포자기형도 있다. ‘낙관형’에 비해 ‘자포자기형’은 대단히 냉소적이다.

 

돈맹에서 벗어나기 위해 알아야 할 돈의 기본 개념은 따지고 보면 매우 단순하다. 재무설계 상담을 통해 나름대로 터득한 돈의 성격을 규정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돈은 살기 위해 필요한 수단이다. 둘째, 그 돈은 공짜로 주어지지 않고 열심히 일한 대가로 주어진다. 셋째, 우리는 죽을 때까지 일을 해서 돈을 벌 수 없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죽을 때까지 돈을 쓰고 살아야 한다.

 

이런 돈의 속성을 한마디로 압축해 보면, 우리는 ‘돈이 남는 시간’에 ‘돈이 부족한 시간’을 준비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돈이 있을 때 다 써버리면 필요할 때 정작 쓸 수 없기 때문이다.

 

돈이 얼마나 필요하고 자신이 얼마를 벌 수 있는지 따져본 뒤 설계해보는 것부터 시작하자. 한마디로 돈맹이 아닌, 돈에 밝은 사람이 되려면 돈에 미칠 것이 아니라 먼저 자기 삶에 미쳐야 한다. 돈에 대해서는 합리적이면 된다. 돈맹인 채로 돈에 미친다면 돈에 합리적이 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