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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의 이해~/하느님 사랑

생명수호대회(9월2일) 강론자료

 

우리 사회에 생명의 문화를 !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오늘 우리는 우리 사회에서 만연하고 있는 생명 경시 풍조와 점점 더 확산되고 있는 죽음의 문화를 방관할 수 없어 전국적으로 생명수호를 위한 미사를 봉헌합니다. 우리 사회 도처에서 드러나는 죽음의 문화에 대해 우리 모두가 함께 걱정하며, 이를 생명의 문화로 변화시키기 위한 노력을 잠시도 늦출 수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생명에로 부름을 받았습니다. 생명에로 부름을 받았다는 것은 하느님의 생명을 나누어 받는 것을 의미하고, 영원한 생명에 동참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유한한 인간의 생명이 무한하고 영원한 하느님의 생명에 동참하도록 부름을 받았다는 사실 때문에 인간의 생명은 언제나 거룩하고 고귀합니다. 인간의 생명은 그 시작에서부터 마지막 끝에 이르기까지 거룩하지 않은 순간이 없습니다.


그런데 이처럼 고귀한 생명이 위협을 받고 있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 시대는 지극히 현세적이고 실용적인 가치만을 추구합니다. 심지어는 하느님의 지배권에 속하는 영역에 대해서도 인간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명분으로 침범하기를 서슴지 않습니다. 정치, 사회, 경제 질서는 이기심과 탐욕에 따라 끌려가고 종국에는 우리 사회를 죽음으로 몰아가고 있는 현실입니다.


인간은 그 아름다운 모습을 정신에서 찾아야하는 존재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정신을 외면하고 물질에 의존해서 살아가려는 욕망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물질에 대한 탐욕을 채우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습니다. 절차와 과정도 무시해 버립니다. 심지어 생명까지도 이용하여 물질에 대한 욕망을 채우려합니다. 물질에 대한 지나친 소유욕은 인간의 존엄성과 생명의 존엄성을 산산조각 내버리고 또 다른 생명인 너와 더불어 살아간다는 존재 방식을 외면합니다. 이처럼 우리는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허망한 탐욕에 사로잡혀 나의 생명을 포함한 너의 생명까지도 경시하는 유행의 물결에 편승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30 여 년 전에 만들어진 ‘모자보건법’이라는 악법 때문에 낙태천국의 오명을 씻어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낙태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 생명을 죽일 수 있는 약품의 사용을 합법화 하고, 태아진단을 통해 낙태를 권유하고 시술해 주는 것이 법률과 여론에 의해 정당화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생명에 대한 공격은 과학기술 분야에도 깊숙이 침투되어 있습니다. 특히 생명공학의 등장으로 인간 생명에 대한 새로운 형태의 위협들이 생겨났습니다. 정부는 인간의 생명을 산업과 연결시켜 경제적 이익을 담보 받으려는 목적으로 국가의 주요 정책 또는 법률로 포장하고 이를 위해 막대한 국가 예산까지 지출합니다.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생명에 대한 공격은 이외에도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습니다. 불임부부들에게 국가가 지원해주는 시험관 아기 시술이라든가 안락사를 합법화하려는 다양한 시도들 역시 죽음의 문화의 한 축입니다. 불치병 환자와 병상에서 고통 중에 있는 중환자라면 차라리 하루 빨리 죽는 것이 낫다고 하여 안락사 합법화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듣게 됩니다.


형제 자매 여러분,


이제 생명의 문화 건설을 위한 우리의 노력과 기도가 절실히 필요한 때입니다. 생명을 존중하는 우리 사회가 될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이 사회에서 내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를 찾아 나서고 또 실천해야 때입니다. 나아가 생명을 반대하는 모든 것에 대해 마음 아파하고, 반대의 목소리도 낼 수 있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인간 생명을 공격하는 것은 하느님을 공격하는 것”(「생명의 복음」 9항)이기 때문입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선포하신 복음의 핵심은 바로 생명의 복음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사명이 “양들이 생명을 얻고 더 얻어 풍성하게 하려는”(요한 10,10) 것이라고 요약하십니다. 그분은 생명의 하느님이시고, 인간을 죽이려고 세상에 오신 것이 아니라, 살리려고 오셨습니다. 하느님은 생명이십니다(요한 1, 4). 하느님은 생명 자체이시기 때문에 죽임 대신 살림을 본질로 하시는 분이십니다. 하느님께서는 자신의 생명을 자신의 것으로만 고집하시지 않고 나누어주시는 분이십니다. 그 증거가 바로 예수님이십니다. 하느님께서는 세상과 인간에게 당신의 영원한 생명을 나누어 주시기 위해 이 세상에 사람이 되어 오신 것입니다. 그리고 친히 당신의 생명을 내어놓아 인간의 생명을 살리시는 존재 방식을 보여주심으로서 교회가 세상을 향해 선포해야 할 희망의 근거를 마련해 주신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교회가 생명을 선포하고 나누는 생명 사랑의 근거이며 활력입니다. 바로 이 때문에 생명의 소중한 가치와 존엄성 수호에 목소리를 높이는 것입니다. 이 선포는 생명에 대한 사랑을 전제합니다. 생명을 지키고 보호하기 위해서는 생명까지도 내어 놓아야 한다는 하느님의 존재 방식을 교회의 존재 방식으로 구현해야 하는 것입니다.


생명에 대한 헌신의 삶을 사는 것이 예수님을 믿고 따르는 우리 모두의 존재 방식이지만 더 나아가 죽음의 문화, 생명 경시 풍조가 득세하는 우리 사회에 생명의 존엄성과 가치 회복을 외치고 죽음이 아닌 생명을 선택하는 삶 역시 우리 그리스도인의 존재 방식이기도 합니다.  생명의 문화 건설을 위한 비결은 특별히 약하고 소외되는 생명에 대한 헌신임을 또한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생명은 결코 소유의 대상이 아닙니다. 생명은 인간의 부질없는 탐욕을 채우기 위한 수단이나 방법이 될 수는 없습니다. 생명 그 자체는 목적이어야 합니다. 그래서 생명은 생명을 필요로 하고, 생명이 생명을 살린다는 의식을 키워야 합니다.

언제나 우리는 생명을 선택하고, 생명을 죽이고서는 아무 것도 없을 것이 없다는 진리를 선포하는 일에 앞장 설 것을 다짐합시다. 생명 사랑을 위한 우리의 작은 기도와 노력으로 이 땅에 생명문화를 건설될 수 있기를 기원하며, 이 땅에 생명을 사랑하는 모든 분들에게 하느님의 풍성한 축복을 청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