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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토니오의 생각~/말씀살이

참된 왕이신 그리스도

    참된 왕이신 그리스도 지금으로부터 약 83년 전, 그러니까 1925년 12월 11일에 교황 비오 11세는 긴박한 어조로 그리스도 왕 대축일을 제정하고, 그 축일을 10월 마지막 주일에 지내라고 당부했다. 교황은 대축일을 제정한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이 시대를 암흑으로 몰아가는 파괴적인 세력에 저항하기 위하여, 그런 세력을 반대할 수 있는 참된 힘이 필요하다.” 당시의 세계정세는 그야말로 어두웠다. 1917년에는 공산주의가 소련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떨치고 있었고, 1924년에는 전체주의가 교황청의 문 앞인 이탈리아에서 득세하였고, 1925년에는 히틀러가 ‘나의 투쟁’의 책을 펴내 국가사회주의의 건설을 외쳤다. 뿐만 아니라 당시의 유럽은 산업혁명의 영향으로 물질주의가 팽창하고 있었고, 기계 기술의 발전과 놀라운 경제적 부흥에 스스로 도취되어 있었다. 그리고 아시아에서는 일본의 식민주의가 극성을 부리고 있었다. 이런 어둠의 세력에 대항하기 위해 교황은 예수 그리스도를 참된 왕으로 선포했던 것이다. 교황의 의도는 너무 분명하다. 당시 독재자들은 그릇된 이데올로기를 사람들에게 강요하고 세상을 어둠 속에 몰아넣고 있으면서도 스스로를 참된 왕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실로 참된 왕은 예수 그리스도 한 분뿐이시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모든 인간을 참으로 구원하고 세상과 역사를 완성할 수 있는 분은 오직 그리스도 한 분이시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자들이 참된 왕이신 그리스도를 깊이 만나고 또 그분을 참된 왕으로 세상에 선포한다면, 세상의 그릇된 이데올로기가 점점 사라질 것이다. 그러니까 그리스도를 통해 어두운 세상을 정화하려던 것이 교황의 근본의도였다. 그리스도 왕 대축일은 오늘날에도 강력한 메시지를 전해주고 있다. 오늘 대축일은 우리 각자에게 이렇게 묻고 있다. 나의 왕은 누구인가? 나는 누구의 다스림을 받고 있는가? 나는 무엇으로 인해 하루하루를 살고 있는가? 나의 삶을 움직이는 것이 바로 나의 왕이다. 내가 경제적 안녕만을 추구하며 물질적 재화를 얻는 일에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면, 나의 왕은 돈이다. 이렇게 오늘 대축일은 그리스도 외에 현세적인 것에 자신의 모든 것을 내걸고 있는 사람에게 경종을 울리고 있다. 참된 왕은 그리스도 한 분이시며, 따라서 우리는 항상 그분의 다스림을 받아야 한다. 그리스도 왕 대축일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전례개혁에 의해 오늘처럼 연중시기의 마지막 주일에 지내게 되었다. 이로써 축일의 본래적 의미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보완되었다. 왕이신 그리스도께서 오늘 복음에서처럼 마지막 날에 심판하시어 왕성하시기 때문이다. 그분께서 심판하시는 기준은, 세상에서처럼 출신, 학벌, 재산, 지위 등이 아니라 오직 하나 사랑이다. 그분에게는 사랑이 모든 것이다. 전주가톨릭 신학원장 김선태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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