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와쨔쨔의 영어이야기: 소젖 그대로 '생우유', 맛은 어떨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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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25 Oct 2010 04:32 PM PDT 이런 소에서 나온 우유, 고기는 멀쩡해 보이지만 모두 오메가-3의 비율이 지나치게 낮으며, 인체의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히고, 각종 질병의 원인이 된다고 하죠? 따라서, 최근 미국에서는 순수하게 풀만 먹이는 소와 더불어, 생우유(Raw Milk)가 인기라고 합니다.
잠깐!
보통 우리가 먹는 우유는 섭씨 135도의 초고온으로 2~3초간 살균을 하죠? 하지만, 여기서 다루는 생우유(Raw Milk)란 소의 젖에서 짜낸 우유를 열처리하지 않고 그대로 담아 판매하는 것을 말합니다. 종종 일반 마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고열처리우유를 '아기용 분유의 반대 개념'으로 생우유라고 부르곤 하는데, 그것과는 전혀 다른 것입니다. 풀을 많이 먹이고 싶어도, 소 몇마리가 목초지를 메뚜기떼처럼 먹어치우는 걸 보면...힘들어진다.
우유의 고온 살균은 필수 조건인가?
옥수수사료만 먹은 소보다 풀을 먹인 소가 훨씬 영양 균형 면에서 낫고, 그 고기 또한 몸에 더 좋을 것이라는 건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맞는 말이겠지요. 하지만, 여전히 고열처리를 전혀 하지않은 생우유에 대한 찬반 논란은 존재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생우유 찬성론자들은 우유를 열처리하면서 우리 몸에 도움이 되는 영양소를 모두 잃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으며, 반대론자들은 고온 살균을 하더라도 좋은 성분은 파괴되지 않는다는 주장을 펴고 있습니다.
우유..? 당연히 그냥 먹는 것이고, 끓이면 따뜻하고 그런거지 뭐..그땐 그랬지...
역사적 사실
우리가 당연시하고 있는 '멸균을 위한 고온 처리'의 역사가 150년도 채 되지 않는다는 사실 아시나요? 고온 살균이 미국에 보급되고 우유 판매의 필수 조건이 되기 시작한 역사는 고작 100여년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즉, 그 전까지의 길고 긴 인류의 역사동안 인류는 동물의 젖을 그냥 마셔온 것이죠. 하지만 지금은 살균이 당연시되어 있고, 소의 젖을 그냥 마시는 것은 위생적으로 더럽다거나, 냄새가 나거나, 맛이 비릿할 것 같다는 선입견까지 생겨버렸습니다. 미국에서도 구하기 힘든 생우유
이처럼 생우유에 대한 건강 지침이 주마다 다른 것은 여전히 생우유의 '만에 하나 있을 유해함'에 대한 공포심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FDA의 자료에 따르면, 최근 생우유가 판매되기 시작하면서, 총 200여명이 우유에 의해 질병에 걸렸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의 원인은 아무래도 병에 걸린 소의 착유는 중지해야 하지만, 어느 순간에 소들이 병에 걸릴 지를 제때에 정확히 진단하기가 불가능하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그래서 주 농림청의 지시를 받은 위탁 연구기관이 젖소의 철저한 위생검사와 예방 접종, 무작위 샘플 추출 검사등을 시행해서 혹시나 발생할 문제를 최소화한다고 합니다.
미국 공식 생우유 지도. 적색과 주황색은 불법주, 노랑색은 완전 합법주이다.
파란색으로 표시된 주의 경우엔 아직까지 관련 규정이 없는 상황. 생우유를 찾아 떠나다. 농장의 모습입니다. 거대한 저장고가 보이네요.
창고 뒤로는 넓게 펼쳐진 풀밭이 보입니다. 옥수수 추수가 끝난 밭에 드문드문 열매가 보입니다.
축사 입구에 친절하게 이런 저런 상식들을 붙여두었습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얼룩무늬 젖소의 정식 명칭은 Holstein Friesian이라고 하네요.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홀스타인 소'라고 부르지요.
소들이 카메라를 바라보고 다가와 인사합니다. 관광객이 많다 보니 낯선 사람이 와도 마냥 장난을 칩니다.
덜덜덜...여기서 하루에 10-12갤런, 1000ml 우유팩으로 약 40개 분량이 나온답니다. 축사 안에서 방문객들에게 이런저런 설명을 해주시던 분입니다. 손가락으로 착유하는 과정을 설명하고 계십니다.
농장 안에 위치한 직판장입니다. 소/돼지/닭등의 고기와 달걀/생우유/생요거트/쥬스/치즈 등을 팝니다.
![]() ![]() 딸기맛 요구르트 옆으로 생우유 1갤런이(약 3.8리터) 보입니다. 직판제품이라 라벨이 투박하거나, 아예 없기도 합니다.
생우유 한 통의 가격은 우리돈으로 약 5천원($4.50)입니다.
생우유의 맛은?
일단 저도 현대인인지라, 생우유에 대한 공포심이 있었습니다. 시중에서 파는 일반 우유를 마실 때에는 사실 소에 대한 어떠한 느낌이나 생각도 없는, 그저 우유이지만, '생우유'라는 타이틀이 붙는 순간부터는 '우유'가 아닌, 왠지 미적지근할것만 같은 방금 짜낸 소젖의 이미지가 강하게 느껴집니다. 왠지 꺼려지는 느낌도 약간 있구요.
비린맛? 누린내? 없다! 하지만 차갑디 차가운 우유를 한 모금 마셔보자 그 생각들은 기우였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사실 서두에 언급했던 SBS 방송을 보면 한번에 생우유 1리터 가까이를 벌컥벌컥 들이키는 사람을 볼 수 있었는데, 그정도까진 아니어도 200ml 한 잔을 마시는데 무리없이 아주 부드럽게 목구멍으로 넘어갔습니다. 시중에서 먹는 우유의 독특한 향 대신에 산뜻한 크림향이 은은하게 났고, 일반 우유보다 진했습니다. 가장 큰 차이점은 다 마신 뒤에 남는 뒷맛인데요, 열처리 우유에 비해 뭔가 찐득하게 입에 남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맛있다는 것! 그리고 정말 진하고 부드럽다는 것입니다. 같이 구입한 모짜렐라 치즈입니다.
샤니 크림빵만한 사이즈인데, 가격이 제법 나갑니다.(약 7천원) 여기서 멈추지 않고, 구입한 생우유 145g을 넣어 우유식빵도 만들어 보았습니다.
평소보다 진한 갈색의 빵이 나왔습니다. 계란의 양이나, 굽는 시간은 같았는데, 신기합니다.
생크림을 추가하지 않았음에도 진하고 부드러운 식감입니다.
배탈은 없을까?
생우유를 사면서 가졌던 궁금증 중 또 하나는, 혹시 이걸 마시면 배앓이를 하지 않을까 하는 점이었습니다. 실제로 구입 당시 많은 주변 분들이 생우유는 잘못 먹으면 탈이 날 것이라는 말씀을 주셨는데, 개인차가 있겠지만, 저의 경우 오히려 신진대사가 더 원활해지고 건강해진 느낌이었습니다. 같이 구입한 요구르트 덕인지도 모르겠네요. 어떠한 효능이?
생우유를 2~3년째 마시는 사람들의 말에 따르면, 천식, 출혈을 비롯한 각종 질환들이 병원 치료를 받지 않았음에도 호전되었고, 이것이 생우유에 의한 변화라고 굳게 믿고 있었습니다. 또한, 대규모 공장에서 생산되어 납품되는 우유들과 달리, 생우유는 주로 동네의 작은 농장에서 직접 만들어 공급하기에 품질면에서도 훨씬 믿음직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생우유가 구체적으로 어떠한 이점을 가지고 있으며, 인체에 구체적으로 어떠한 득을 주는지에 대한 부분은 아직도 학자들간에 의견이 갈리고 있습니다. 생우유 덕에 몸이 좋아졌다는 것이 일종의 플라시보 효과일 수도 있다는 것이죠. 대부분의 생우유 반대 학자들은 생우유에 포함되어있는 박테리아를 감안하면, 열처리를 한 우유가 훨씬 인체에 유익하다고 말합니다. 생우유, 접근성이 문제
이렇게 큰 기대를 품고 떠났던 생우유 체험을 마쳤습니다. 집에서 조금 멀다 보니 자주 이용하기는 힘들겠지만, 적어도 두 달에 한번 정도는 들러서 유제품과 고기를 구입해오고 싶더군요. 한국에서도 생우유의 열풍이 불 수 있을까요? 관련 학계의 철저한 연구와 정부 당국의 엄격한 품질 관리가 있다면 한국에서의 생우유 바람도 기대해 볼만 할 것 같습니다.
이런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왜 눈부신 과학의 발전을 무시하고 과거의 방법으로 돌아가려 하는가 말이죠. 하지만 생우유를 먹는 것은 과거의 것을 추구하는 것이 아닙니다. 과거의 식사 습관에 현대의 과학 발전을 접목시켜(철저한 병원균 검사, 예방 접종 등) 새롭게 복원하는 것이 맞는 표현 아닐까 싶습니다. 일례로, 예전에는 우유를 냉동장치도 없는 수레에 실어 배달해 먹기도 했었지만, 지금은 생우유를 신선하게 보관할 수 있는 냉장기술까지도 완벽하게 되어 있으니까요. 게다가 미국 축산업계에 대한 미국사회의 불신도 한몫 합니다. 대량으로 사육되는 소들의 위생상태가 좋지 못하다는 보고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죠. 대량생산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이 소규모 업태를 갖춘 가족적인 분위기의 생우유를 더욱 돋보기에 하는 것 같습니다.
추가로, 아래 영상은 농장에 다녀오면서 찍어온 것들을 편집한 것입니다.
혹시 궁금하시다면 한번 시청해 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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