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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토니오의 생각~/영어배움터

한국인이 영어배우기 힘든 세가지 이유

한국인이 영어배우기 힘든 세가지 이유

Posted: 07 Apr 2011 04:30 PM PDT


오늘은 한 블로그 독자분께서 보내주신 질문이 너무 좋아서, 그에 대해 그동안 제가 생각했던 부분과 실례를 함께 제시하며 그 해결법을 찾아보고자 합니다.

호주에서 생활하는 독자입니다. 영어로 글쓰기는 그런대로 초보 수준을 벗어났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말하기, 듣기입니다. 많은 어려움이 있습니다.
지금 대학에 다니고 있는데 수업에 들어갈 때마다 한숨만 느는군요.
제 스피킹의 경우 발음이 한번 부정확해서 (원어민들이) "Pardon?"이라고 되물어오면 저도 모르게 목소리가 작아집니다.
뿌와님은 어떻게 극복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영어를 공부하는 것 자체가 문제

언어라는 것을 마스터하는 방법은 의외로 쉽습니다. 계속해서 그 언어만 써야하는 환경 안에서 10년정도 말하고 듣고 쓰면 누구라도 유창한 언어를 쓸 수 있습니다. 그런 힘들고 긴 과정을 조금이라도 단축시키는 방법이 바로 책을 이용해서 하는 언어공부입니다. 언어학자들이 인간의 대화패턴을 분석해 법칙으로 정리해놓은것을 토대로, '10년 이상 현지인과 그나라 말만 쓰기'방법을 대신하는 것이죠. 하지만, 아시다시피 우리는 20년을 영어를 배워도 그 실력이 답보 상태이거나, 시험 점수에만 최적화 된 영어를 쓰고 있습니다. 이거야말로 되로 막으려다 말로 갚는 꼴 아닐까요? 문제가 무엇일까요?

 장기간동안 쌓인 경험은 청산유수같은 회화를 가능케 한다.


한국인이 영어배우기 힘든 세가지 이유

첫번째로, 한국어는 영어와 비교했을 때, 문장을 만드는 구조가 너무나 다릅니다. 주어와 동사를 배열하고 나머지 정보를 실타래를 풀어 놓듯 흘리는 영어와 달리 주어를 빈번하게 생략하고, 부가 정보에 해당하는 말을 줄줄이 내뱉은 다음 마지막에 가장 중요한 동사를 넣는 방식으로 말을 하다 보니, 어순이 달라서 뇌에서 문장을 조합하는 과정을 영어 방식으로 바꾸는데 엄청난 노력이 필요합니다.

예를들면, 한국어에서는 "오늘 친척집에가서 식사를 했어." 라는 말을 영어에서는 "오늘 나는 식사했어 감으로써 친척집으로."의 순으로 배열을 합니다. 머리속에서 번역하고, 재배열하고, 신경써서 발음하고... 두배 세배의 일을 해야 하는 거죠.
 

 

 

뿌와쨔쨔의 영어이야기 85화 중에서(바로 보기)


두번째는 발음의 차이입니다.
한국어의 'ㅈ' 발음의 경우 우리는 'j'와 비슷한 소리라고 막연히 생각하지만 사실 'ㅈ'은 'ch'과 'j'의 중간쯤에 해당하는 매우 미묘한 소리입니다. 이것은 언어를 처음 배우는 한국인 아기이던 한국어를 공부하는 외국인이던 간에 익히는데 시간이 걸리는 부분입니다.

2~3살의 이제 막 말을 시작한 영아들을 보면 '주세요.'를 '추세요.' 처럼 발음하는 경우를 봅니다. 'ㅈ'소리가 미묘하다보니 그나마 비슷하면서 기본적으로 훨씬 발음하기 쉬운 'ch'소리를 선택하는 것입니다. 같은 원리로 '노래 불러요' 를 '노래 풀러요' 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이런 '어중간 발음 구조'는 ㄱ,ㄷ 등에서도 똑같이 관찰됩니다.
 




세번째는 문화의 차이입니다.
한국은 유교 문화의 영향으로 겸손을 최고의 미덕으로 치죠? 내가 100을 안다 해도 80만 안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고, 상대가 불편해할까봐 지레 겁을 먹고 소심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100을 안다고 떠들고 다녔다가 나중에 실수라도 하나 하면 직간접적으로 큰 낭패를 본다는 교훈을 들으며 자랐기 때문입니다. 어렸을 때 배우는 '산중 호걸이라하는 호랑님의 생일날이 되어~' 하고 부르는 노래 속에서도 그중에 한놈, 잘난척 하는 캐릭터가 되어선 안된다는 교훈을 은연중에 주입받습니다.  이러다 보니, 학창시절에 "쟤 영어 좀 한다고 잘난 척 하는거야?' 하는 오해를 받을까 염려하며 책을 읽을 때에도 최대한 한국식 발음으로 읽어야 했던 경험을 가지신 분들 많을 줄로 생각합니다.
 

 

 

잘난척하면 큰 낭패를 보게 될 게야!

서양, 특히 미국의 문화는 아시다시피 내가 아는 것은 확실히 안다고 주장하지 않으면 손해보는 사회입니다. 사회가 정해 놓은 관습이 우리처럼 복잡다단하지 않고, 연령층으로 사람을 구분하며 그 역할을 다르게 하지 않기에 우리식으로 했다간 손해를 보기 쉬운 사회입니다. 한국에서 '예의바르고 착한 사람'은 미국에 오면 '자기 의견이라고는 없는 조용한 사람'으로 보이기 십상인 것입니다.
 

또다른 차이점으로, 남에게 배려하고 나서서 도와주는 행동이 미국인들에게는 '나의 선택 기회를 빼앗고 내 것을 자기 하고싶은대로 해버리는 무례한 사람'이 되기도 합니다. 일전에 한국 맛집이 미국에서 성공하기 힘든 이유라는 글에서 어떤 분께서 남겨주신 '비빔밥을 마구 비벼버린 식당 아줌마'의 무례함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는 문화의 차이입니다.

 

 

 
겸손한 사람이 바보되고, 배려심이 무례함이 되는 미국 문화.


언어는 습관이다, 패턴이다.

우리가 한국어를 들을 때, 이야기를 단어 하나 하나 정확하게 듣는다고 생각하시나요? 아닙니다. 모든 단어들은 대체로 뒤이어 나올 수 있는 단어들이 패턴화되어 이미 정해져 있고, 이 단어들을 머리속에서 자동 예측하면서 상대의 말을 듣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때문에 집중해서 단어를 하나하나 듣지 않아도 우리는 자연스럽게 듣고 대답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기차가...'라는 말을 누군가가 시작하면 뒤에 나오는 수 있는 말은 '달린다, 탈선했다, 빠르다/느리다, 온다/안온다...' 등으로 한정되어 있습니다. 때문에 상대의 말을 들을 때 별로 집중하지 않아도 보나마나 머리속에 준비된 패턴 중에 하나가 걸리게 되어 있어서 듣기가 수월한 것입니다.

코미디 프로그램 속 말장난이 재미있는 이유는 이렇게 머리속에서 정리한 단어의 패턴을 교묘하게 비틀어 엉뚱한 말을 해버리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코미디 프로그램, 말재간이 좋은 강사의 강연 등을 집중하며 듣지 않으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와하하하!!'하고 웃는 상황이 생기고, 왜 사람들이 웃는지 이유를 나만 몰라 옆사람을 붙들고 '왜왜? 방금 뭐라고 했던 건데?'하고 묻는 상황이 생기는 것입니다. 머리속에서 예상했던 단어대신 엉뚱한 말이 들려오면, 외국어던 모국어던 듣기 능력은 현저하게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집중하지 않고 패턴에만 의존하면 모국어라도 반드시 내용을 놓친다.
 
같은 원리로, 미국인들이 영어를 쓸 때에도 보면 이러한 패턴화가 완벽하게 이루어져 있습니다. 누군가가 'I'd...'라고 말문을 트는 순간 듣는 사람의 머리속엔 뒤에 나오는 단어들 'like to, go, get...'등이 정리되는 상태가 됩니다. 이러한 틀을 무시하고 말을 하는 사람들이 바로 개그맨이랑 외국인(비 영어권 사람들) 입니다. 우리는 그런 '현지인들끼리 수십, 수백년을 써온 자신들만의 패턴' 속 규칙성도 모르고, 그냥 책에서 배운 단어와 문법에 맞춰 말을 끼워넣다 보니 상대가 잘 알아듣지 못하는 기상천외한 문장이 자주 튀어나오는 것입니다.



패턴을 벗어났기 때문에 못 알아듣는다?

처음에 질문하신 분의 글을 인용한 부분에 보면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
제 스피킹의 경우 발음이 한번 부정확해서 (원어민들이) "Pardon?"이라고 되물어오면 저도 모르게 목소리가 작아집니다." 라구요.


문제는 발음의 부정확도 문제겠지만, 위에서 설명한대로 '원어민들이 쓰지 않는 배열의 단어를 쓰는 이유'도 큽니다.

한국어 배우는 캐나다 사람이 하나 있습니다. 어려운 단어를 공부해서 자기딴에는 그걸 써먹어 보겠다고 "어제 김밥집, 동진이가 금전냈어."라고 말을 했다고 치면, 분명히 저 말을 갑자기 듣는 한국 사람은 "뭘 냈다고?" 하고 되물을 것입니다. 우리 머리속에는 동진이(사람)가 '금전(돈)을 낸다'는 패턴의 단어 연결은 존재하지 않거나, 쓰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말을 쓸 때에도 종종 상대가 두번 세번 이야기해도 말귀를 못알아 듣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경우 다른 단어로 돌려서 말하기를 시도하면 이해하는데 훨씬 도움이 됩니다. 왜냐하면, 말귀를 못알아 들은 사람 입장에서는 내가 방금 했던 말이 이상하게 뒤엉킨 소리의 덩어리로 주입된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한번 잘못 알아듣게 된 상황에서는 아무리 발음을 정확하게 다시 해 주어도 이해못하고 그 뒤엉킨 소리의 관념속에 빠져서 "뭐?" "뭐라고?" 하고 되묻게 되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빠르게 대안을 찾아야

영어를 쓸 때에도, 내가 한 말에 상대가 이해를 못했다면 가급적이면 동의어를 쓰거나, 예를 들거나, 바디랭귀지를 섞어서 상대에게 다른 방식으로 그 단어를 인지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I put it on the wall."이라는 말을 했는데, 발음이 약간 어설펐다면 on the wall" 부분이 ond-oh-wer" 같은 정체불명의 영어발음 덩어리가 되어 버린 상태로 듣는 사람의 귀에 머물고 있어서, 아무리 또박또박 읽어 주어도 수습이 안될 때가 많습니다. 저는 한창 강의를 듣다가 'psychic(점술가)'이라는 말을 'sidekick(동료)'로 잘못 알아들어 뒷부분의 모든 수업 내용을 놓친 경험도 있습니다.
 

익숙한 패턴을 벗어나는 순간, 주변인들은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


언어, 습관을 공략해야 성공한다

위에서 설명한대로, 언어는 철저하게 습관으로 돌아가는 시스템이고, 책으로 배운 사람들은 그 습관의 시스템을 제대로 이해 못하고 언어의 창조자가 되어 원어민에게 듣기 힘든 말을 내뱉기 쉽습니다. 외국어 조금 서툰 것은 잘못이 아닙니다. 그리고 남의 말을 못알아 듣는 것은 미국인 대 미국인 상황에서도 빈번히 일어납니다. 그러니 긴장하지 마시고, 열심히 이야기하고, 평소에도 귀를 쫑긋 세우고 상대, 영화 속 주인공, 뉴스 앵커가 쓰는 단어의 패턴을 잘 익히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다음 시간에는 제가 처음 영어연수를 하면서 썼던 영어실력을 높히는 방법들을 정리해 알려드릴까 합니다. 기대해 주세요.

 "뿌와쨔쨔의 영어이야기 블로그(www.puwazaza.com)에서 가져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