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안토니오의 생각~/영어배움터

어학연수는 시간낭비? 알차게 보내는 방법

어학연수는 시간낭비? 알차게 보내는 방법

Posted: 11 Apr 2011 04:22 PM PDT


지난주의 '한국인이 영어배우기 어려운 3가지 이유' 에 이은 두번째 이야기입니다. 많은분들께서 해외 영어연수(어학연수)가면 많은 분들이 그다지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돌아오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됩니다. 현지에서 쓰이는 언어를 직접 체험해서 한국에서 공부하면서 느끼는 한계를 확실히 해결해야 하자는 취지를 잘 살리지 못하는 것이겠죠. 이에 제가 지난 2005년 말, 뉴욕에서 영어학원을 다니며 사용했던 방법을 몇가지 소개해볼까 합니다.


문제의 발견, 스스로 분석하기!
처음 미국에 와서 영어를 공부하면서 처음엔 마냥 신나고 좋았습니다. 내가 하는 엉터리 영어를 써먹어보고, 신통하게도 미국인들이 그걸 알아듣고 답을 해준다는 사실이 마냥 신기하기만 했습니다. 물론 말 한마디를 하기 위해 한참을 뜸들이고 더듬대다 겨우 말하는게 전부였지만,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했지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영어가 답보 상태에 머무르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어떤 날은 처음 미국왔던 날만큼 무진장 더듬대다가고, 어떤 날은 내가 생각해도 꽤 자연스럽게 영어가 입에서 나오는 패턴이 계속 반복되었던 것입니다.

 가끔, 아주 가끔 이런 생각을 했다.



바보야, 문제는 주말이야!

그래서 분석을 해 보았습니다. 영어가 잘 나오는 날은 상, 평이했던날은 중, 쉬운것도 잘 안되던 날은 하 이런식으로 말이죠. 그랬더니 아래와 같은 패턴이 나왔습니다.

 
문제점이 보이시나요? 월요일에 바닥을 치고 서서히 상승세를 보이다가 금요일을 기점으로 주말에 갑자기 곤두박질을 칩니다. 그리고 다시 월요일부터 상승곡선을 그리죠. 원인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주말엔 영어를 할 기회가 없다." 

일반적으로 학원 수업은 월~금 동안 하루 4시간으로 진행됩니다. 이 시간이 사실상 미국인과 대화를 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주말엔 집에서 한국 가족과 전화를 하고, 한국 인터넷 뉴스를 읽고, 싸이월드에 사진을 올리곤 하면서 보냈습니다. 기껏 학원다니면서 영어에 올인했던 머리속이 다시 토종 국산으로 돌아오는데는 토, 일 이틀이면 충분했던 것입니다.

한인 교회, 성당 등에서 주말을 보내시는 분들은 아마 이 시간동안 한국인으로 완전히 재탄생하게 될 것입니다. 이게 영어가 원숙한 단계라면 모르겠지만, 초보인 상태에서는 영어 공부 최대의 적이 됩니다. 주말마다 어학연수 첫째날로 영어 실력을 돌려놓는 무시무시한 시간이 되는 것이죠.


그래서 고민을 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주중에 쌓은 영어회화 실력을 유지하면서 월요일로 자연스럽게 연결을 시킬 수 있을까?



내 목소리 녹음은 필수

첫번째로 선택했던 방법은 주말동안 내 목소리 녹음해서 읽기였습니다. 저는 컴퓨터를 이용했습니다.(요즘은 스마트폰을 써도 되겠죠?) 방법은 간단합니다. 영어책이나, 자주 가는 인터넷 사이트에 나온 글귀들을 최대한 자연스럽게 읽으면서 녹음을 한 것이죠. 그런데 여기서 알아채지 못했던 중대한 문제를 발견하게 됩니다. 쉬운 단어들도 모르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 것입니다.





book, umbrella, word...전부 초등학생도 아는 쉬운 단어들입니다. 발음도 나름 잘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녹음해서 들어보니 너무나 어색했습니다. 저는 jewelry, deteriorate, absolutely 같은 발음하기 어려운 단어들을 열심히 연습해야지 하고 목소리를 녹음했는데, 문제는 오히려 쉬운 단어들에서 튀어나왔습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한다는 느낌으로 다시 연습했죠. 그러다보니 새로운 문제가 보였습니다.



빨리 말하려는 생각에 사로잡히지 말자

영어연수를 하면서 간혹 교탁 앞에 나가 학생과 선생님이 1:1로 상황을 설정해서(예:극장 앞, 기차역 앞)대화를 하는 시간을 갖는데, 다른 친구들이 말을 더듬대고 느리게 말하는 것을 보고 무진장 답답하다고 느꼈습니다.(나도 정작 앞에 나가면 더듬대면서) 그래서 좀 틀리는 단어가 나오더라도 말은 현지인 스피드로 해야겠다고 느꼈죠. 그리고 실제로도 느리게 뚝뚝 끊기보다는 빨리 말하는 것이 더 전달이 잘 되는 것 같기도 했구요. 그런데 그런 습관 때문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Let's get back to the first ball bag.
(제가 연습하려고 만들어 보았던 조합입니다.)

위의 문장을 읽는다고 가정할 때, back과 bag의 발음 차이를 내지 못하고, ball과 bag 사이는 혀가 꼬이고, first와 ball 사이에 t 소리를 건너뛰고 하는 문제들이 생긴 것입니다. back 끝의 미세한 [k]소리를 내지 않고 저도 모르게 한국식으로 /백/이라고 읽으니 나중에 나오는 bag과  발음상 차이가 없어진 것입니다. 단어가 k, p, b, t 등으로 끝날 때 해당 소리를 정확하게 내지 않고 빨리 다음 단어로 넘어가려는 생각에만 사로잡히는 문제를 가지게 된 것입니다.


이문제를 내 목소리를 녹음해서 다시 듣고 고치는 연습을 꾸준히 했더니 한국인들이 "I think ...."로 시작하는 문장을 말할 때 "아띵~"이라고 발음(끝의 k를 무시하는 현상)이 귀에 정확하게 잡히더군요. 한국인의 영어 발음이 미국인에게 어떻게 들리고, 어디를 고쳐야 하는지를 조금씩 알게 되는 시점이었습니다.


이 문제를 알게 된 뒤부터는 조금 말을 느리게 하더라도 끝소리를 정확히 발음하며 말을 하게 되었고, 선생님들로부터 '어떤 연습을 하길래 이렇게 발음이 향상된거냐?' 하는 기분좋은 칭찬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자신의 문제점을 아는 가장 좋은 방법은 목소리 녹음/청취임을 깨달은 거죠.
 



수업시간엔 가급적 그림 메모를

미국에서의 영어 수업시간에 선생님들은 각각의 단어의 뜻을 정확히 전달하기 위해서, 많은 손짓 발짓과 그림 설명을 동원합니다. 이 때, 그냥 표현과 한글 뜻만 적어서는 나중에 그 뜻을 회상하기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조금 어설프더라도 간단한 상황 설명이나 그림을 옆에 곁들이면, 나중에 그 상황을 떠올려 확실한 뜻을 떠올리고,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에 주로 쓰는 말인지 기억하기 좋습니다.




발번역이라도 좋으니 꾸준히 번역 연습을

독해(reading comprehension)는 중학교때부터 쭈욱 학원에서 공부해왔기 때문에 익숙한 공부 방법 중 하나일 것입니다. 하지만, 독해라는것이 모르는 단어가 하나라도 튀어 나오면 그 부분을 해석하려고 사전을 동원하고, 재차 읽는 사이에 그 전에 읽었던 단락을 통째로 까먹는 사태가 생기게 됩니다. 게다가, 헤메고 있었던 문장을 엉뚱하게 해석한 경우에는 전체 글에 대한 이해가 송두리째 무너져버리기도 합니다.

때문에, 독해 실력을 늘리기 위해 일주일에 한 번씩 시간을 내어 책이나, 내가 좋아하는 분야에 대한 신문기사를 번역해보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많이 어설펐지만, 하면 할수록 문장 구조를 빨리 뜯어내는 능력이 생겼습니다. 예를 들면, 예전엔 이게 지시대명사 that 인지, 관계대명사 that 인지 헷갈려 했던 부분을 스윽 보고 바로 번역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어학원에서의 공부는 자칫 회화 위주로 빠지기 쉬운데, 집에서 하는 자가 번역을 통해 스스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문어체 단어들을 많이 익히는데에도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화장실은 나의 영어교실

서두에서 주말만 되면 영어를 쓸 기회가 없어 실력이 답보 상태에 머무른다고 했었습니다. 저는 고민 끝에 화장실을 영어공부방으로 정했습니다.

 변기에 앉아 볼일을 보는 시간이나, 샤워 시간은 하루중에 거의 유일하게 주변의 아무런 방해 요소 없이 뭔가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고민하기 좋은 시간입니다. 그래서 볼일을 보면서는 동네에서 받은 무가지 신문이나 영자책을 큰 소리로 또박또박 읽고, 샤워를 하면서는 가상의 친구와 대화를 했습니다. 스스로에게 영어로 "어제 왜 늦게 잤어?", "오늘은 학원 끝나고 뭐 할거야?" 같은 질문을 던지고 스스로 대답을 하는 것입니다. 이 연습을 하고 학원에 가는 날은 확실히 수업 시작부터 자연스럽게 영어 대화에 빠져들고 말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길을 걸으면서 보이는 길거리에 간판들이나, 표지판을 읽으며 스스로 궁금한 점을 늘려갔습니다. 아무래도 간판이나 표지판엔 영어가 아닌 말들(라틴어, 프랑스어를 미국에서 외래어로 채용해 쓰는 말들)도 많고 약어도 많기 때문에, 읽다 보면 자연스레 궁금함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학원에서의 4시간을 넘어서서 스스로 영어를 계속 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입니다.




수업시간엔 무슨 일이 있어도 영어만

제가 다니던 학원은 교실당 수용인원이 약 20명에 3~6명 정도가 항상 한국인이었습니다. 이런말하면 참 부끄럽지만, 수업시간에 선생님께서 짝을 정해서 대화하는 시간을 주면 대충 끝내고 자기나라 말로 떠드는 사람은 한국인들 뿐이었습니다. 제 파트너가 한국인이 걸리는 날이면, 중간에 십중팔구 "저기 그런데요, 아까요...이거 티파니(선생님)가 뭐라고 설명한거에요?" 하고 묻는 사람이 생깁니다. 옆에선 다른 파트너들이 영어로 열심히 대화하고 있는데 말이죠. 이때 머릿속이 혼란스럽죠. 한국어로 소곤소곤 대답해야 할지, 아니면 무시해야 할지. 저는 되도 않는 영어로 그냥 대답했습니다. 한국인인이상 '재수없어 보인다.'는 인상을 줄 것 같아 좀 힘들었지만, 그정도는 극복해야 했습니다.

미국인 친구들과 일본 문화원의 초청으로 다도 체험을 했다.

미국에서 영어학원을 다니면 한국인들끼리는 어떻게든 어울리게 되어 있습니다. 문화적 코드도 맞고, 처음엔 잘 견뎌낼 수 있을 것 같지만 결국은 비슷한 성향끼리 뭉치는 것은 어쩔 수 없나봅니다. 저도 친하게 지내던 한국인 친구들이 5명 정도 있었지만, 어느 정도는 거리를 유지하려고 부단히 노력을 했습니다. 친구의 생일파티같은 날에는 같이 어울렸지만, 평소에 같이 저녁을 먹자던가,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전망대를 가는데 같이 가자던가 하는 약속이 잡힐 때면 그냥 핑계를 대고 자리를 떴습니다. 한국인들끼리 어울려 가느니 차라리 혼자 가는 게 훨씬 낫다고 생각을 한거죠. 한국인들끼리 있으면, 길거리 행인한테 영어로 물어볼 길조차도 한국인들끼리 그냥 지도보고 여행책 보고 해결하게 되니까 그만큼 공부할 기회를 잃는 것입니다.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주말에는 스스로 영어공부를(화장실, 샤워실 시간도 활용)
2. 스스로의 목소리를 녹음해서 단점을 찾아낸다.
3. 수업시간엔 가급적 그림 메모, 한국인들과는 가급적 일정 거리를 유지한다.


대학 졸업날 뉴욕 메디슨 스퀘어 가든 앞에서

저는 이런 생활패턴으로 6개월을 보냈습니다. 학원은 단 하루도 빠지지 않아 개근상을 받았고, 제 노력이 보였는지 당시 ESL교사들과 친해져 5년이 지난 지금도 친분을 유지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덕분에 대학에 진학해서도 다른 한국인들보다는 비교적 수월하게 첫 1년을 보냈던 것 같습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때 6개월을 알차게 보냈기에 지금 큰 무리 없이 미국생활을 계속 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도 화장실에는 읽기 연습을 위해 새로운 책이 새롭게 한권씩 쌓이고, 샤워를 하면서는 영어로 스스로 대화를 합니다. 요즘은 단어를 빨리빨리 머리에서 끄집어내는 훈련을 위해 같은 상황이라도 라임에 맞춰서 말하는 연습을 하고 있는데 엄청 힘드네요.^^ 모쪼록 많은 분들께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알림: 뿌와쨔쨔의 영어이야기에서는 현재 한국에서 영어로 대학수업(학,석,박사과정포함)을 받고 계신분들의 참여를 기다립니다. 짧은 시간동안 간단한 질문 답변이 가능하신 분들은 비밀글로 이메일 주소나 연락처를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메일 구독자분들은 간단하게 '답장하기' 기능으로 연락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