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손용익 그레고리오 선교사
예로부터 병은 숨기지 말고 들어내라고 하듯이
자신에 대한 약점을 숨기지 않고 나타낼 때
자신의 약점으로 인해 다른 사람을 동정하는
마음을 크게 가질 수 있게 되며 자신의 부족함을
하느님께 의존하려는 마음이 생겨나게 됩니다.
그리스도를 믿는 사람이 그리스도를 위해
약한 것과 능욕과 곤란을 받게 된다면 주님께서는
그의 정성을 받아들이시고 더욱 기뻐하실 것입니다.
(2코린 12,10 참조)
스스로 자신이 약하다고 인정하는 것은 겸손이며
자신의 역함을 하느님께 의존하여 살겠다는 마음을
상기시켜 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낮아짐의 영성을 따르려면 겸손함을 잃지 않아야 하며
자신의 약점을 들추어낸다는 것은 거만해질 수 있는
자신의 행동을 억제하는 것으로 곧 낮아짐의 영성을
받아들이는 행위입니다.
강함은 “나는 누구도 필요 없어” 라는 독립적인
마음을 가지게 하지만 약함은 서로 힘을 합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주기 때문에 눈송이 같은 힘이 뭉쳐질 때
그 힘이 얼마나 큰 것인지를 체험하게 해줄 뿐만 아니라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며 사랑을 실천하는 축복의 길을
걷게 합니다.
믿음의 신비는 평소 상상하지 못한 것을 이루게 합니다.
모세는 이집트인을 살해했고 반석을 지팡이로 치면서
십계명이 쓰인 판을 때버렸지만 하느님께서는 그를
지구상의 가장 온유한 사람으로(민수기 12,3 참조)
변화시키셨고 아브라함은 두 번이나 자신을 보호하려고
아내를 동생이라 주장하였지만 믿는 모든 이의 조상으로
바꾸어 놓으셨습니다.
방어막을 치고 가면을 쓰면 슬수록 어둠에 빠져들지만
이를 벗고 자신을 숨김없이 들어낼 때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당신이 쓰시고자 하는 자리로 이끄시며 우리가
하느님 영광 속에 머물 수 있게 은총을 베푸십니다.
그러므로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약점이 노출되는 것을
두려워하거나 무서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때로는 자신을 들어냄으로 인해 위험에 노출될 수도
있겠지만 그 순간까지도 하느님께 봉헌한다는 마음을
가진다면 진정한 자유로움 속에서 신앙의 참맛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하느님의 풍성한 은혜를 맛보려면 자신의 약함을
인정하며 저만하지 않고 정직함을 추구할 때
하느님의 사랑을 체험하게 될 뿐만 아니라 주위
사람들이 자신에게 몰려오는 기쁨을 누릴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