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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공동체~/사목위원실

사목계획 수립시 참고사항

좋은 본당을 일구기 위한 사목 계획의 수립


                                                  경  동  현(우리신학연구소 사목조사컨설팅센터 실장)


우리신학연구소는 그동안 수차례에 걸쳐 본당 사목위원을 포함한 봉사자들을 상대로 ‘사목위원 연수’와 ‘본당지도자 연수’ 프로그램을 진행한 바 있다. 이러한 프로그램을 요청하는 본당들은 새롭게 구성된 사목위원을 교육하거나, 관습적이고 관행적으로 되풀이되어 왔던 사목관행에 변화를 줄 목적으로 의뢰하는 경우가 많았다.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만난 사목위원들이 직무를 수행하면서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대개 사목위원의 역할에 대해 누구하나 제대로 알려주는 이가 없다는 것이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선임자들이 겪었던 전년도와 비슷한 일들이 반복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물론 전례 주기나 시기의 변화에 따라 꼭 해야 할 일이 있기는 하지만 이런 일상적이고 주기적인 일이 모든 사업의 중심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왜 이 일을 하는지, 우리가 도달하고 싶은 목표가 어디인지 잊고 있을 때 이런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도 나름대로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에 따라 시험 준비를 하는데, 다양한 문제들과 사람들이 함께 얽혀있는 본당의 사목 계획은 얼마나 많은 준비가 필요하겠는가?

좋은 본당을 일구기 위한 첫걸음은 제대로 된 사목 계획을 수립하는 데서부터 시작한다. 사목 계획을 세우는 것은 앞으로 하게 될 일이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확인하는 작업이고, 과연 우리 본당이 그 일을 할 수 있을지 판단하는 작업이다. 동시에 사목 계획은 본당 사목의 목표를 이루는 데 단계적으로 필요한 모든 조건이 무엇인지 판단하고 적절한 시점에 적절한 행위를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과정 모두를 의미하는 것이다.


비전과 사명 선언문


우리신학연구소는 안동교구와 함께 2003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농민사목을 중심으로 한 안동교구 사목 비전 설정 연구’를 진행하였다. 이 조사 연구는 몇몇 교구에서도 이미 시행한 바 있는 교구 시노드의 진행방식을 따랐다. 연구 과정의 제일 첫 단계로 교구 구성원인 사제, 수도자, 평신도가 함께 교구 사목 비전과 사명 선언문을 만드는 작업에서부터 시작하였다. 이는 교구 사목 방향의 큰 전환을 앞두고 교구 구성원들의 마음을 모으고, 더 많은 이들의 참여를 끌어내는 과정이었다. 사목 방향에 관한 교구 구성원들의 동의와 공감대가 없고서는 어떤 계획도 공염불에 그칠 공산이 크다는 사실을 이전의 경험에 비추어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본당 사목 계획을 수립하는 과정도 이 방식을 그대로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구체적인 사목 계획을 세우기 전에 본당의 사목 방향에 관해 본당 신자들의 동의를 구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나아가 해마다 각 교구가 교구장의 사목 방침을 발표하고 있지만, 이것이 본당 사목 방침에 적극 반영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는 교구 사목 방침을 정하는 과정에서 충분한 의견 수렴과 공감대 형성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본당뿐만 아니라 교구 차원의 사목 방침을 정하는 과정에도 의견 수렴과 공감대 형성을 위한 노력이 충분히 이루어질 때 더 많은 사목적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이다.

본당의 사목 비전을 규정하는 과정은 우리 본당이 가고자 하는 방향을 설정하는 일이다. 물론 이 과정은 그리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엄밀한 의미에서 본당의 이상적인 목적은 우리 교회가, 그리고 그리스도인 모두가 추구해야 할 목적과 동일한 의미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모든 그리스도인이 도달해야 할 목적과 구별되는 우리 본당만의 도달점을 규정하는 일은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다. 우선 신자들에게 본당 생활을 통하여 얻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조사해 보자. 다양한 의견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조사 경험에 따르면, 많은 경우가 ‘마음의 평화를 얻고 싶다’는 견해를 보일 것이고, ‘구원’이라는 개념을 떠올리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또 ‘친교’라는 개념을 염두에 둔 응답도 있을 것이다. 그 밖에도 다양한 견해들이 있겠지만 이런 견해들을 솔직하게 드러내고 공통분모를 찾아가는 과정이 비전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비전이 현재의 상태에 적합한 것이며 미래에 집중되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두 번째로 비전은 현실적인 전망을 반영해야 한다. 이루어지지 않을 꿈을 꾸는 것이 아니라 이루어질 가능성이 많은 꿈이 비전으로 드러나야 한다는 것이다. 세 번째로 비전은 본당 공동체가 나아갈 목표를 제시하는 길잡이 기능, 정도(正道)를 가고 있는지를 알게 해주는 비판적 기능, 한 걸음씩 나아갈 수 있도록 밀어주는 촉진 기능을 가진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말처럼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비전이 그 힘을 널리 발휘하려면 공유되어야 한다. 공유 비전이란 많은 사람이 진실로 합의한 비전이면서 동시에 구성원 개인의 개인적 비전을 무시하지 않고 반영한다. 이러한 공유 비전은 하향식으로 복종을 요구하는 비전과는 다르다. 공유 비전이 본질적이거나 긍정적일 경우 사람들의 열정은 더욱 커지기 마련인데, 이 비전을 공유하는 한 가지 방법이 바로 사명 선언문을 만드는 작업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모든 본당 신자가 한꺼번에 모여 사명 선언문을 만드는 과정은 불가능한 작업이다.

그래서 단계적인 작업이 필요한데, 가장 먼저 본당 지도자들(사목위원과 단체장, 구역․반장들)을 중심으로 사명 선언문을 만든 다음에 신자들의 의견을 물어 수정 보완하는 방식으로 작업을 진행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본당의 사명 선언문뿐만 아니라 본당 각 지체들(사목협의회의 각 분과위원회, 구역․반, 사도직 단체 등)도 나름대로 사명 선언문을 만드는 작업을 진행할 수 있다. 본당 각 지체들의 사명 선언문은 본당의 사명 선언문과 연관을 가지면서 각자 고유하게 달성해야 할 비전과 사명을 분명히 드러내야 할 것이다(사실 각 단체 회칙의 목적은 사명 선언문의 성격을 지녀야 하는데 형식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명 선언문이 있을 때 비전을 성취할 수 있다. 또한 사명 선언문은 인생 항로를 발견하고, 항해를 개시하고, 그것을 평가하고, 수정하고, 다시 항해를 개시하는 데 꼭 필요하다. 사명 선언문은 우리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나중에 어떻게 되는지 보여준다. 따라서 올바르게 작성된 사명 선언문은 한 개인이나 조직이 제자리를 찾고 성장하는 데 꼭 필요한 것이다.


<안동교구 사명 선언문>

기쁘고 떳떳하게! 

우리는 이 터에서 열린 마음으로 소박하게 살고 생명을 소중히 여기며

서로 나눔과 섬김으로써 기쁨 넘치는 하느님 나라를 일군다.


<인천교구 상3동본당 사명 선언문>

함께 신나게!

우리는 가장 작은 것도 보듬어주고 섬기며

하느님의 사랑을 전하는 기쁨 넘치는 마을 공동체를 일군다.



사목 계획 수립 단계


계획은 우리가 이루고자 하는 목적을 더 수월하게 또 충실히 수행하려는 방편이다. 

앞서 살핀 비전과 사명 선언문을 만드는 과정이 바로 이 목적을 명확히 하려는 기초 작업에 해당하는 것이다. 다음 단계는 궁극적인 목적을 추구하려는 단계로서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는 일이다. 그리고 마지막 단계는 목표에 맞는 사업을 배치하는 일이 될 것이다. 이 과정은 개별 사업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본당의 비전이 모든 신자들과 공유되었다면 이제 구체적으로 사목 목표를 세워보자. 본당이 달성해야 할 목표는 장기적인 목표(5년 이상의 목표)와 중기 목표(3~5년 정도), 단기 목표 순으로 다르게 표현될 수 있다. 하지만 많은 본당들이 1년 단위의 단기 목표나 사업의 나열에 머무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중․장기 목표는 최소 3년 이후 우리 본당이 도달해야 할 목표를 결정하는 것이다. 도달해야 할 목표는 추상적인 개념으로 표현될 수 없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표현되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자면 A 본당의 3년 정도의 중기 목표가 ‘본당 신자 모두가 서로 사랑을 나누는 친교의 공동체를 건설하자!’라는 명제로 표현된다면 이 경우는 명확성이나 구체성 모두에서 실패한 목표설정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런 추상적인 표현은 신자들에게 도달해야 할 목표를 명확히 인식시키지 못할뿐더러 구체적인 사업을 선택하는 문제에서도 어려움에 직면하게 되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런 목표보다는 ‘우리 본당은 모든 신자들이 좀더 충실한 신앙인이 되고자 기도와 신자 재교육을 모든 사업의 중심으로 삼는다.’와 같은 목표가 더 현실성 있고 구체적인 표현이 될 것이다.

본당이 도달해야 할 목표가 설정되었다면, 개별 사업들은 이 목표를 달성하는 데 배치되어야 할 것이다. 만약 본당의 사업 목표가 신자들의 재복음화라면 일상적인 사업이나 기획된 사업 모두 재복음화를 추구할 수 있는 내용으로 채워져야 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본다면 구체적인 사업의 목표는 이미 설정되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개별 사업들은 나름의 의미가 있게 마련이기 때문에 개별 사업별로 본당이 추구해야 할 목표의 어떤 부분을 담당하고 있는지, 또는 어느 정도를 담당해야 하는지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이 과정이 구체적인 사업 목표의 설정이 되는 것이다.


구체적인 사목 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우리 본당은 다음에 지적하는 점검표에서 어디에 해당되는지 평가해 보자.

 

전혀 그렇지 않다

그렇지 않은 편이다

보통

이다

그런 편이다

매우 그렇다

                 잘못된 사목 계획 사례 점검표

끼리끼리만 모여서 사목 계획을 만들지 않는가?

○ 이런 계획이 제대로 실행된다 하더라도 계획을 세운 몇 명만 만족할 뿐이지 다른 사람은 왜 그 일을 했는지 아무도 모르게 된다. 대부분의 신자들을 바보로 만드는 계획이다.

 

 

 

 

 

할 수 있는지 판단하지 않고 좋은 일만 나열하고 있지 않는가?

○ 본당 사목 계획은 좋은 일을 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할 수 있는 좋은 일을 찾는 과정이다.

 

 

 

 

 

전년도와 비슷한 사업 계획을 나열하고 있지 않는가?

○ 이 계획은 실패할 가능성은 적지만 발전의 가능성도 적은 계획이다. 재미있는 것도 반복하면 싫증나기 마련인데, 계획서가 똑같다는 것은 아무 생각 없이 계획을 세웠다는 말이 된다.

 

 

 

 

 

자원 확보 방안 없이 사목 계획을 만들지 않는가?

○ 재정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참여할 사람들, 봉사자와 같이 중요한 자원에 관한 문제들을 고려하지 않은 계획은 실행되기 힘든 계획이 될 것이다.

 

 

 

 

 

예산에 맞추기 위해  사목 계획을 만들지 않는가?

○ 예산에 맞춘다고 중요한 일을 빼먹는 계획은 현상 유지를 위한 것이지 발전을 위한 계획은 아닐 것이다.

 

 

 

 

 

                 사목 계획에 꼭 필요한 요소 점검표

사업의 목적이 무엇인지 명확한가?

○ ‘신자들의 신앙생활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와 같은 막연한 목적은 곤란하다. 더욱  구체적이고 확실한 목표를 제시해야 한다.

 

 

 

 

 

언제부터 언제까지 이 일을 할 것인지 명시되어 있는가?

○ ‘3월 중순경, 5월 첫째 주에’와 같은 표현들은 되도록 피하자. ‘5월 첫 주에 준비하고, 둘째 주에 실행한다’와 같이 명확한 기간과 일정을 명시하는 것이 좋다.

 

 

 

 

 

누가 이 일을 할 것인지 규정되어 있는가?

○ 구체적인 사람 이름 또는 명단을 첨부하는 것이 좋다.

 

 

 

 

 

필요한 예산을 가능한 한 명확히 표현하고 있는가?

○ 사업에 따라 다르겠지만 적어도 예산 규모는 확정되어 있어야 한다. 가능하다면 예산 확보 방안까지 결정되면 좋다.

 

 

 

 

 

어떻게 일을 추진할 것인지 결정되어 있는가?

○ 신자를 동원할 것인지 외부의 도움을 얻을 것인지를 미리 결정하고 관련된 신자들의 동의를 얻는 과정이나 설득 과정을 거칠 수 있다. 일방적 지시로 추진될 경우 신자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본당 사목 계획을 세우는 데 적어도 이런 정도의 내용은 담고 있어야 할 것이다. 기초가 튼튼해야 좋은 집을 지을 수 있는 법이기에 어렵더라도 한 걸음씩 나아간다면 우리가 도달해야 할 목적지는 점점 가까워지게 된다. 이제 구체적으로 사목 계획의 실행과 평가 과정을 살펴보자.


사목 계획의 실행과 평가 

본당에서 큰 행사나 사업이 마무리되고 신자들로부터 무성한 뒷말을 들었던 경험을 한 번쯤은 갖고 있을 것이다. 이런 일이 발생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 있겠지만 ‘잘못된 사목 계획 사례 점검표’에서 지적한 대로 본당 사제나 몇몇 사목위원 중심으로 사목 계획이 세워지는 데서 비롯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토론 문화가 정착되지 않은 사회적 분위기 탓에 몇몇 사람이 세운 계획을 평가하다 보면 자칫 몇몇 당사자에 대한 인신공격으로 비칠 오해의 소지가 있어 아예 합리적 평가의 기회는 제대로 주어지지도 못하는 실정이다. 제대로 된 사목 계획은 합리적인 평가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기 때문에 사목 계획과 실행, 평가 가운데 어느 하나 소홀히 해서는 안 되는 것들이다.


보통 어떤 사업이나 일을 하게 될 때 세 단계를 거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 첫 단계가 앞으로 할 일을 결정하는 단계(Plan)이고, 두 번째 단계는 구체적으로 일을 실행하는 단계(Do)이고, 마지막이 지금까지 한 일을 평가하는 단계(See)이다. 그리고 이 평가는 또 다른 계획을 준비하는 단계이기도 하다. 본당에서 사목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과정도 이런 세 단계를 거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은 이유로 많은 경우 평가 단계(SEE)를 충실히 거치지 않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평가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것은 새로운 계획을 세우는 자료를 충실히 챙기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료 없는 계획은 계획 자체가 완전하지 못할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실행도 충실하게 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계획의 시작은 평가하는 일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말이 설득력을 가지는 것이다.

특히 사목 계획의 경우 추상적인 목적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한 사업이 많이 배치되게 된다. 이런 경우 이전 사업의 평가가 새로 시작할 사업을 위한 유일한 자료가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평가를 하지 않는다면, 결국 아무런 자료 없이 계획을 세우는 결과를 낳게 되는 것이다. 현재 본당에서 시행되는 전년도 평가는 재정 결산에 그치는 경우가 많은데, 사목 계획에 따라 시행된 모든 분야에서 사업 평가를 의무화하고 사업 평가서는 가능한 한 문서화하여 모든 사람에게 공개해야 할 것이다. 그럼으로써 앞으로 유사한 사업이 진행되었을 때 참고 자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사업 평가는 일에 대한 평가이지 사람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잊기 쉬운 일, 사업 실행의 세 단계를 충실히 지키는 것이 좋은 계획을 세우고 올바로 실행하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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