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와쨔쨔의 영어이야기 |
Posted: 23 Nov 2009 11:42 AM PST 지난 주 방송된 무한도전이 여기저기서 화제입니다. 기사를 보고나서 무도빠인 동생이 인터넷 메신저로 한마디 하더군요. '타블로의 형이라는 사람 정말 실망이야.' 이야기를 접하고 저도 문제의 방송을 시청해 보았습니다. 사실 무한도전은 제가 이곳 미국에서 애청하는 유일한 한국 방송입니다. 무도사랑의 기반에는 동생의 열렬한 권유가 가장 컸습니다. 어쨌든 보고 나서 벌어진 이선웅씨의 웹 페이지에 올라온 개인 의견에 많은 네티즌들이 발끈하고 나섰는데요, 그분의 욕설이 담긴 비판글의 경중을 떠나서,
'엘리트라고 알려진 그분이 왜 이런 과격한 글을 올렸을까?' 라는 질문을 가장 먼저 하게 되었고, 시청 후 느낀저의 생각들을 써 보도록 하겠습니다. 1. 제작진은 뉴욕에 대한 사전 조사가 과연 충분했는가? 이번 뉴욕 특집은 뉴욕이라는 지리적 특성(왕복 비행시간 약 28시간)에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무한도전 멤버들의 스케쥴이 그 준비를 철저하게 하기 힘들었던 막가파식 기획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해외 로케를 하려면 일단 비행기값부터 숙소까지 엄청난 비용이 듭니다. 거기에 14시간에 이르는 시차 등 우여곡절이 많았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H-Mart 로고가 선명히 찍혀 있는 봉지들. 그들은 뉴욕을 체험하러 간게 아니고,
그저 한국 음식을 최대한 빨리 요리할 방법만을 고민했다. 많은 한국인들이 뉴욕에서 손쉽고 저렴하게 이용하는 한인 민박집을 숙소로 사용하고, 민박집 주변에 있는 유명 한인 수퍼마켓에서 재료를 조달하는 등,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동선과 비용을 최대한 줄인 흔적이 역력했습니다. 만약 정말 '외국인과 부딪히며 한국 음식을 홍보'하는 그런 기획이었다면, 그리고 시간과 비용이 넉넉했더라면 미국계 가정을 섭외해서 그 속에서 미국인들 식습관을 관찰하고, 집에서 어떻게 생활하는지, 그런 모습 속에서 좌충우돌 하는 모습도 보여주고, 식재료도 미국계 마트에서 한국에서 파는 한국식 배추를 구하다가 실패하는 등 좌충우돌하는 등의 기획도 가능할 법 했는데도, 그런 부분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껍데기만 뉴욕이지 그냥 한국계 수퍼와, 한국인 운영하는 민박을 이용해서 최대한 빨리 음식만 맛깔나게 만들어서 식당에서 완판하면 된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2. 항상 최고를 향해 도전하는 멤버들의 모습은 어디로 갔는가? 에어로빅 특집, 봅슬레이 특집, 강변북로 가요제 특집까지...무한도전 멤버들의 기본 정석은 '우리는 프로는 아니지만 최대한 완벽하게 연습 해서 보여주자' 였습니다. 덕분에 유재석은 가요제에서 비교적 능숙한 랩을 구사하고, 전진은 거의 프로다운 에어로빅 솜씨로 전국체전에서 메달을 획득하는데 일조했으며, 봅슬레이에서는 아름다운 꼴찌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손님을 무시하는 미국인이 문제가 아니다. 6년 이상을 영어공부하고도 '가장 맛있는 피자'를 영어로 말하지 못했다는 것이 문제다. 하지만 이번 뉴욕 특집에서는 비교적 거액을 들인 프로젝트였었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비해 영어 공부를 몇달동안 조금씩 해왔다던지, 김치나 주먹밥을 효과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하다못해 '발효', '액젖', '영양식품' 이런 핵심 단어 정도는 공부했어야 했던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선민 씨의 요점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비판하는 이유는) MBC라서 그렇고, 무한도전이라서 그렇다.' 라고 속상해하시는 그분의 모습에서 저와 같은 생각을 했던 것이 아닌가 합니다. 무한도전팀이 뉴욕을 가면서 보여준 모습이라고는 고작 월 스트리트로 향하는 밴 안에서 영어회화책을 보고 몇마디 장난식으로 읽어본 정도밖에 없었습니다.
유일하게 공부한 영어 표현. 그나마 멤버들끼리 낄낄 비웃고 넘어갔다. 3. 911 테러 이후의 뉴욕은 변했다. 뉴요커들도 911테러 이후로 뉴욕이 더 각박해졌다고들 합니다. 테러 위험이 높아지고, 무한도전 멤버들이 방문했던 타임스퀘어, 월스트리트 등의 지역은 경계가 삼엄해지고, 제약도 많아졌습니다. 곳곳에는 '수상한 점은 언제든지 신고합시다.' 라는 팻말이 붙습니다.
언젠가 큰 렌즈를 들고 사진촬영을 하고 있는데 외국인이 와서 묻더군요. '너 뭐 찍는것이냐?' 그래서 '학생인데 숙제를 하고 있는거다.' 라고 했더니 갑자기 핸드폰으로 저를 촬영하면서 '너 수상하다. 너 신고하겠다.'면서 '여기서 수상한 짓 하지 말고 모국으로 돌아가라!'며 욕설을 뿌리며 도망가는 경험을 하기도 했습니다.
911 테러 이전이었던 2001년도에 취재를 위해 뉴욕에 잠시 체류한 적이 있었는데, 당시의 뉴요커들은 바쁘지만, 영어도 잘 못하는 한 한국인 관광객에게 친절하고, 쉽게 사진을 위해 포즈를 취해주던 사람들이었는데, 2005년에 다시 방문한 뉴욕은 왠지 서로 경계하고 조심하는 그런 분위기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만약 무한도전 멤버들이 뉴욕 시에 정식으로 촬영 허가를 받았더라면 대형 방송용 카메라를 들고 취재를 하고, 지나가는 시민들을 붙잡고 인터뷰했다면 'Excuse me.'에 'No.'라고 외치며 뒤도 안돌아보는 창피한 장면은 잘 나오지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뉴욕의 법규는 많이 엄격해졌고, 화면 퀄리티로 보았을 때, 무한도전 촬영팀은 기껏 VJ특공대 등에서 사용되는 소니의 HDV캠코더인 Z1 정도
를 들고 촬영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툭하면 수십대의 트레일러가 와서 도로를 점거하고(삼각대와 조명 스탠드로만 트럭 하나를 채우는 일이 다반사입니다.) 기껏해야 드라마 한 커트 찍고 가는 모습을 항상 보는 뉴요커들의 눈에 이 소박한 무한도전의 모습은 '영어도 잘 못하는 아시아 아마추어들이 학생작품 찍나.' 하고 생각했을 정도로 열악한 환경이었습니다. 각박한 민심, 게다가 더더욱 각박한 월스트리트/타임 스퀘어에서의 촬영, 거기다가 악천후까지 겹쳐저, 뉴욕을 잘 모르는 멤버들이, 영어공부도 안하고 방문한 악천후속 촬영은 말그대로 설상가상의 상황이었습니다.
'TV 쇼는 무슨...니네 학교 숙제하니?' 정도 밖에 안보였을 열악한 촬영에 비까지.. 4. 누가 뭐래도 타블로의 형은 인간 이선민 씨일 뿐입니다. 모 가수가 이선민씨의 비판글에 대한 반박으로 이런 내용을 썼더군요. 미니홈피가 사적인 공간이라면서 왜 스킨까지 붙였냐 이게 무슨 뜻입니까? 그럼 스킨 바르고 BGM깐 미니홈은 모두 공적인 공간일까요? 전혀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이선민씨가 아무리 EBS의 강사로 활동한다지만, 일개 시청자의 입장에서 개인 홈페이지에 작성한 글을 그렇게 비판하다니. 저는 정말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그러면 인터넷 게시판에 올라오는 모든 악플러들도 비판해야 옳겠지요. 그분들은 미니홈피도 아닌 공적인 공개 게시판에 대놓고 욕을 하니까요.
누리꾼들은 2PM의 멤버 박재범 사건을 통해서 개인 공간에 적힌 개인의 생각을 집단 괴롭힘 식으로 몰아붙이며 한 인간의 삶, 그리고 그 사람이 활동하던 그룹이 어떻게 되어버렸는지를 보면서 많은 교훈을 얻었습니다. 그런데 여기 한 '공인'이 가수의 형을 비판하는 모습은 도데체 무엇인지, 그리고 그 논리의 정확성을 모르겠습니다.
5. 무한도전 뉴욕편. 유능한 참모가 아쉽다.
새벽에 자진해서 일어나 빈대떡은 부치지만, 새벽에 일어나 영어공부하는 멤버는 없었다. '영어를 못해서 갑갑해'는 했지만 노력은 없었다. 이번 무한도전의 이선민씨의 비판에 제가 많은 부분 공감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기획'이 엉망이었다는 것입니다. 물론 다음 주 내용을 보면 그 평가가 달라질 수 있겠지만, 지금까지 본 내용만으로도, 얼마나 멤버들이 바쁘고 힘들었기에 영어 공부조차 안하고 가서 그런 낮뜨거운 수모를 당하고 온 것일까 하는 생각 뿐입니다.
한국인이 영어 못하는 것이 부끄러운 것이냐고 묻는다면 저는 '그렇습니다. 만약 무도 멤버라면...' 라고 대답하겠습니다.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최소한 6년의 영어교육을 받습니다. 게다가 방송인들이라면 영어에 노출될 경험도 일반인에 비해 많을 것입니다. 한국인이 배우는 영어 교육의 우수성이나 질을 떠나서, 이번 무한도전은 앞서 이야기한대로 '준비'라는 그동안 무한도전을 이끌어온 중요한 키워드가 완전히 무시되었습니다. 음식을 홍보하는 것은 문화를 홍보하는 것입니다. 우리의 복잡한 맛과 얼을 홍보하려면 그만큼 공부했어야 했습니다. 만약 몇달을 집중 공부시켜서 영어가 유창한 무한도전 멤버들이 뉴욕에서 자랑스럽게 음식을 홍보했더라면, 우리는 바보같은 모습이 아닌 자랑스러운 모습에 박수치고, 웃고, 감동했을 것입니다.
몇 주, 몇 달을 연습해서 무언가 이루어내는 모습에 웃고 감동했었다. 설령 꼴찌라고 해도. 무한도전을 연출하는 김태호 프로듀서는 유능한 사람이지만, 만능인은 아닐 것입니다. 뉴욕편을 기획하면서 미국에 대해 잘 알고, 더 참신하게 기획할 수 있는 유능한 보조 프로듀서들이 주변에 있었다면 훨씬 좋은 내용을 접할 수 있었을텐데, 기껏해야 계단을 미끄럼틀삼아 내려가며 꼬리뼈를 혹사시키고, 길거리에서 스프를 판매하는 이민자들과 영어 소통이 안되 쩔쩔매는 멤버들이 모습을 보며 아마 이선민씨도 저와 같은 생각을 했었을 것입니다.
이 아저씨는 닭고기 스프를 담으며 대한민국 예능 최고 연봉을 받는 1,2인자를 보여 무슨 생각을 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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