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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토니오의 생각~/영어배움터

헐리우드 영화 속 PPL, 그 끝은 어디?

헐리우드 영화 속 PPL, 그 끝은 어디?

Posted: 20 Jan 2011 02:50 PM PST



사람 몰리는 곳에 돈 되는 장사가 있다.
사람이 몰리는 곳에는 항상 광고가 있습니다. 한명한명을 공략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고 쉽게 사람들에게 상품을 인지시킬 수 있기 때문이겠죠. 요즘은 소셜미디어에 사람들이 몰리다 보니, 트위터, 페이스북 등의 웹사이트를 광고 용도로 이용하려는 기업들도 부쩍 늘었습니다.

2시간 넘게 줄창 FedEx 배달원의 이야기만 하는 영화 캐스트 어웨이(2001).
하지만 영화 자체는 좋았다.

이제 영화에 대해 생각해봅시다. 일단 개봉만 되면 전국적으로 수십만에서 수천만의  사람들을 오로지 같은 화면에만 집중해 1-2시간을 묶어 놓을 수 있는 영화는 광고 수단으로 안성맞춤입니다. 개인적으로는 2002년 곽경택 감독의 영화 '챔피언'에서 권투경기가 시작될 때 링의 모습을 수직으로 비춰줄 때 노골적으로 화면 한가득 등장하던 한 스포츠용품업체의 로고가 아직까지도 상당히 부담스러웠던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영화 '기사윌리엄' 중에서(2001) 중세시대 속 나이키 마크의 위엄
PPL은 시대극에도 등장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렇게 은근슬쩍 상품을 영화 속에 드러내 광고하는 마케팅 방식의 역사는 사실 상당히 긴데요, 1919년 무성영화 The Garage에서는 Red Crown Gasoline이라는 업체의 로고가 떡하니 등장하는가 하면, 1927년의 영화 Wings에서는 주인공이 맛있게 허쉬초콜릿 바를 먹는 장면이 삽입되기도 했습니다.

1927년도 영화 Wings. 김밥을 먹고 있는 것 같지만 초코바 흡입중.
노련한 PPL의 시초이다.
지금은 넥타이 길이에 눈길이 더 가지만...


미국의 유명한 영화 블로그인 FILMDRUNK에서는 이렇게 영화 속 PPL(상품 노출)의 역사를 짚어보았는데요, 이 자리에서 한번 어떠한 헐리우드 영화들이 그동안 상품 광고를 위해 사용되어 왔는지 FILMDRINK의 Oliver Noble의 비디오를 토대로 정리해볼까 합니다.

80년대, 초콜렛을 파는 외계인
초코가 외로워 지구를 찾았네~♪

지금 30,40대 분들은 영화 ET를 잊지 못하실거라 생각합니다. SF영화의 전성기였던 80년대 초반, 스필버그의 ET는 전설이었죠. 하지만 이 신비감으로 가득한 영화에서도 버젓이 PPL이 나옵니다. 뒷이야기에 따르면, 허쉬사는 ET영화에 자사의 초콜렛을 홍보하기 위해 무려 백만 달러를 지불했습니다. 이 영화에 영감을 받은 '맥과 나' 라는 아류 외계인+소년 컨셉트의 영화에서는 아예 대놓고 맥도널드에서 5분동안 신나는 생일파티를 벌이는 초등학생들을 등장시켜 맥도널드 광고용 영화라는 혹평을 듣기도 했습니다.

초콜릿을 길에 파종하는 주인공의 모습.
아! 그래서 내가 허쉬초콜렛을 좋아하는구나! 하고 무릎을 치는 30-40대 분들 계실지도..

The Wizard라는 영화에는 전자오락으로 유명했던 닌텐도사의 야심이 묻어납니다. 신제품이었던 파워글러브를 영화속에 노골적으로 삽입한 것이죠. 심지어 등장인물은 '난 이 파워글러브를 원해.' 라고 의미심장한 대사를 던집니다. 하지만, 조이패드를 두꺼운 장갑의 손목부위에 삽입했던 장치인 파워글러브는 아이러니하게도 조작성이 좋지 않아서 시장에서 조용히 자취를 감추게 되었습니다.

'얘들아 어때! 폼나지 않니? 응?(유세윤 톤으로)'

90년대, PPL에 대한 정면 도전
미국의 고전 코미디 영화 웨인즈 월드에서는 아예 대놓고 PPL에 대한 따끔한 충고를 합니다. 영화 속에서 바보 캐릭터 듀오 중 하나로 나오는 가쓰(Garth)는 대놓고 리복(Reebok)사의 스포츠의류로 치장하고 소파에 기댄 채로 다음과 같은 대사를 던집니다.(극중에서는 어리숙한 캐릭터이지만 아래 대사만큼은 그 어떤 등장인물보다 진지하게 말합니다.)

"It's like people only do things because they get paid and that's just sad."
사람들은 꼭 돈을 받을 수 있는 일만 하는 것 같아. 참 슬픈 일이야.

한편,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영화 파이트 클럽(1999)에서는 새로운 방식으로 PPL에 대한 대답을 던집니다. 협찬 상품이었던 BMW 세단들에 몽둥이 세례를 해 차를 다 부셔버리는가 하면, 비둘기 배설물 투척을 해서 대놓고 협찬사 제품을 망가뜨리는 모습이 영화에 고스란히 나옵니다.

수입차가 똥차되던 날

아담 샌들러, 마이클 베이, PPL계의 종결자
우리나라에서도 아담 샌들러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으로 압니다. 주로 가볍게 웃고 즐기다가 막판에 살짝 감동을 주는 아담샌들러표 영화들은 PPL의 산실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해피길모어(1996). 빅대디(1999)등 그의 인기작에는 어김없이 유명 패스트푸드 업체나 레스토랑명이 등장합니다. 특히 빅대디의 경우 모든 스토리의 출발과 끝이 바로 Hooters라는 유명 레스토랑이라는 점에서 아예 광고가 영화를 잠식해버렸다는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맥도널드, 후터스, 웬디스, 파파이스
스폰서를 해 주면 유혈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우리에겐 트랜스포머의 제작자로 유명한 마이클베이의 영화는 어떨까요? 감히 PPL의 박람회장이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인기작 중 하나인 '아일랜드(2005)'의 경우엔 캐딜락, 푸마 운동화, 마이크로소프트 엑스박스, 노키아 전화기 등 무려 35개의 제품이 자연스럽게 스쳐지나가는데, 그는 여기서 만족하지 못하고 몇년 뒤 PPL의 끝을 보여줍니다.

푸마를 신고 엑스박스 게임기와 MSN을 하면서 캐딜락 타면 되는 거임?

바로 최신작 트랜스포머 2편(2010)인데요, 이 작품에서는 무려 47개의 브랜드가 등장, 자신이 세웠던 종전기록을 가볍게 뛰어넘는 데 성공했으니, 이 기회에 성을 '베이'에서 '펠프스'로 바꾸어도 될법합니다. Filmdrunk.com 블로그에서 이번 특집을 위해 영화속 PPL기록을 정리하던 Oliver Noble은 곧 개봉할 트랜스포머 3편이 과연 이 기록을 뛰어넘을지 예의주시해야 한다며 비디오를 끝맺더군요.

트랜스포머2, 영화의 스케일은 커졌고, 광고 스케일은 더 커졌다.

여러분이 보신 영화 중 잊을 수 없는 PPL에는 어떤 것들이 있으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