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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 어디 계십니까?
글 : 손용익 그레고리오 선교사
신앙생활을 하면서 한번쯤은 하느님 어디 계실까 란
질문을 해보지 않은 사람이 없을 것입니다.
침묵 속에 머물다 보면 옆에 계시는 것 같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계셔도 저 멀리 계시는 것만 같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계시지 않는 느낌을 받기도 할 것입니다.
그래서 어렵고 힘든 신앙의 여정을 외롭고 답답함으로
가슴앓이하며 당신은 어디에 계십니까 하고 중얼거리다
잠에 빠져들기도 합니다.
밤사이 심한 땀을 흘렸는지 온몸이 축축하게 젖어있고
끈적끈적한 불쾌감이 드러나지만 샤워를 하고 세면장을
나올 땐 상쾌함이 내 육신의 부드러움이 살아있는
촉촉함으로 전해옵니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소리 “이제 느껴지니”라는 소리가
뇌리를 스치고 방긋 웃는 화창한 아침햇살이 온몸을
어루만지며 “오늘 하루도 이 아침햇살을 가슴에 담고
하루를 시작해보렴, 나는 언제나 항상 네 옆에서 너와
함께 있단다.” 하고 속삭입니다.
어제 밤과는 달리 가슴속에서 요동치는 환희의 기쁨이
가을향기를 담아 흠뻑 들어 마시게 하는 사이에 나는
심호흡을 하며 거울 앞으로 이동했을 때, 거울 앞에
드러난 벌거벗은 내 모습 옆에 아버지가 웃음 지으며
처다 보고 계심을 느낍니다.
부랴부랴 옷을 주워 입고는 겸연쩍은 듯 머리를 긁적이며
“너무 멀리 계시는 느낌이 들도록 하지 마세요.”라고 하자
아버지께서는 “나는 네 옆에 머물고 있는데 네가 바빠서
조금도 나를 돌아볼 시간을 만들지 않는구나.”라고 하십니다.
주님을 사랑한다고 고백하는 우리들이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만날 때는 몇 번이나 거울 앞에서 매무새를
고치고 설렘을 가지면서도 주님 앞에 다가갈 땐
아무런 느낌이 없이 다가가는 일은 없어야 할 것입니다.
길거리에 심어놓은 꽃들을 바라보며 스쳐지나가지만
그 꽃의 아름다움을 느껴보는 세심함이 없다면
매일 활기찬 하루를 열어주시려는 주님의 손길을
느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사랑을 전해주어도 사랑을 받지 못하고 사랑타령만
한다면 우리는 또 한 번 무지 속에서 헤매게 됩니다.
어디에 계시느냐고 헤매기 전에 지금 현제 전해지는
생활 속에서 가장 쉽고 대수롭지 않게 여겨지는 그리고
금방 지나쳐버릴 수 있는 가벼운 삶 속을 들여다 보며
아버지의 숨결을 느껴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