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안토니오의 생각~/우리문화엿보기

장인의 대중적 작품

장인의 대중적 작품 

 

 

2007091800060_0.jpg

▲ 이칠용·문화재전문위원

필자가 알고 있는 무형문화재 보유자 중에 휴대전화가 없는 소목장(小木匠) 한 분이 있다.

그분에게 왜 휴대전화가 없느냐고 물으면 이렇게 말한다. “작업하기도 바쁜데 돌아다닐 시간이 어디 있나요?” 그는 “작품 만들기도 시간이 없는데 이곳저곳 나다니며 외부 볼일이 많다는 다른 인간문화재를 보고 ‘당신은 이렇게 나다니면서 언제 작품을 만드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작품 만들어 뭐 해요, 팔리지도 않는데’라고 합디다. 난 도무지 이해가 안가는 이야깁디다.”

문화재청에선 중요무형문화재들에게 각종 지원을 하고 있다. 전승지원금, 장례나 입원 보조금, 명예보유자 특별지원금, 각종 기획 행사 지원, 해외 공연과 전시 지원 등 정부 지원이 20여 가지나 된다. 세계 각국을 통틀어 이처럼 다양한 지원 체계가 갖춰진 국가가 한국 말고 또 있을까 싶다.

그러나 어찌된 셈인지 현존하는 무형문화재 보유자들의 숫자에 비해서 시중엔 이들의 작품들이 선뜻 눈에 띄지 않는다. 그 이유가 바로 휴대폰 없는 고지식한(?) 무형문화재 보유자의 푸념처럼, 혹시 만들어 놓아도 팔리지 않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생각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제 연간 수십억, 수백억 원씩 매출을 올리는 종목의 무형문화재 보유자들은 지원 혜택을 양보하고, 대신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제대로 작품조차 만들지 못하는 장인들에겐 좀 더 많은 지원을 해주는 제도 개선책을 마련해 보면 어떨까 싶다.

국보나 보물 뺨치는 작품도 좋지만 국민 모두가 사랑하고 가까이에서 접할 수 있는 무형문화재 보유자들의 ‘대중적 작품’이 마냥 그리운 시대다.

                                                                        
                                                              이칠용·문화재전문위원


'~안토니오의 생각~ > 우리문화엿보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솟대  (0) 2007.11.09
사과와 끈  (0) 2007.11.09
과대포장이 불러온 불신  (0) 2007.10.05
종묘와 사직?  (0) 2007.09.19
김현식 그의 인생(펌)  (0) 2007.06.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