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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토니오의 생각~/영어배움터

미국인도 헷갈려하는 미국의 팁문화

미국인도 헷갈려하는 미국의 팁문화

Posted: 02 Feb 2011 05:44 PM PST


팁을 달라고? 바가지 쓰는 거 아닌가?

미국 식당에 와 보신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식대의 15~20%를 팁으로 줍니다. 한국에서는 팁 문화가 사실상 없다 보니(외국인을 자주 상대하는 업종 제외) 메뉴판에 적힌 가격 외에 추가 금액을 낸다는 사실이 설혹 '내가 지금 바가지를 쓰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까지 갖게 합니다. 그러다보니 해외여행을 떠날 경우 가이드들은 팁에 대한 내용을 관광객들에게 충분히 주지시키기 위해 많은 시간을 들이는 것을 보곤 합니다. 미국에선 기본적으로 사람 손을 타고 서비스되는 것들에는 팁이 붙습니다. 택시 운전, 미용, 네일아트 등 '서비스'에 대한 추가 비용 지불이 일반화되어 있습니다.


미국 레스토랑의 테이블 전담제

이러한 미국 레스토랑의 팁문화는 결국 주방에서 만든 음식을 나에게 정성껏 날라다 주고, 자질구레한 서비스를 해 주는 종업원에 대한 성의표시이기에 미국의 많은 식당들은 나에게 처음 메뉴판을 가져다 준 직원이 자신의 이름을 소개하고, 모든 식사 제공과 영수증 전달까지를 책임지는 시스템으로 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나를 담당한 직원이 사라져 보이지 않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다른 종업원에게 물이나 소스 등을 달라고 부탁하는것은 실례입니다.


복잡하기만 한 미국식 요금 지불 방법

미국 레스토랑 대부분의 경우 식사 후 그릇을 다 치우고, 계산서를 가져올 때까지 자리를 뜨지 않습니다. 점원이 계산서를 직접 가져다주고, 카드나 현금을 건네받아 카운터로 들고 가 계산을 마치고 최종 영수증을 자리에 가져다 줄 때까지 손님은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는 것이 관례입니다.

신용 카드를 제시하는 경우, 점원은 카운터로 카드를 들고 가서 단말기에 카드를 인식시켜놓고 손님에게 팁 자리를 공백으로 처리한 영수증과 사용한 카드를 가져다 줍니다. 여기에 원하는 팁의 액수를 적고 서명을 한 뒤 나오거나, 팁을 0으로 적고 현금을 올려 놓고 나오면 계산이 완료됩니다. 한국에서 처음 오신 분들은 대단히 복잡해 보이는 방식입니다. 물론 레스토랑에 따라서, 손님의 시간이 촉박한 경우 한국식으로 카운터로 달려가 계산할수도 있긴 합니다.


뱃속은 든든하고 머리속은 뒤집힌다

팁이라는것이 사실 영수증에 적힌 의무지불금이 아니고, 손님이 알아서 정해야 할 공간이다 보니, 약간 애매한 상황들이 생기곤 합니다. 예를 들어 음식값이 30달러가 나왔을 경우, 기본적으로는 팁을 15%에 해당하는 4.5 달러를 팁으로 주면 좋겠지만, 우수리는 떼고 줘도 괜찮겠지 하는 생각에 4달러만 놓고 나왔다가 팁을 적게 주었다고 뛰어나온 직원에게 봉변아닌 봉변을 당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일은 한국인, 미국인 할 것 없이 미국 레스토랑에서 늘상 있는 일로, 미국인들 스스로도 딱히 어떠한 기준이 없고 그냥 막연히 '일정 수준의 서비스를 받았다면 15% 이상 준다' 정도일 뿐입니다.


종업원도 피곤하다

한국인이건 미국인이건 밥을 먹은 사람의 입장에서, 뭔가 추가돈이 나가는 게 아쉽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하지만 종업원의 입장에서도 팁을 주지 않는 사람이나 많이 먹고 달랑 1달러만 놓고 자랑스럽게 나가는 진상 손님들 때문에 골치를 썩기도 합니다. 내가 식사를 하고 적은 팁을 놓았을 때에는 악착같이 뛰어나와 돈을 받아가는 사람들 뿐인데, 막상 일을 해 본 사람들은 제대로 팁을 내지 않고 가는 사람들을 쫒아가 잡는것은 포기하고 그냥 씁쓸한 기분을 안고 다음 손님을 맞이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여기서 팁 문제로 실랑이를 겪은 한 미국 누리꾼의 이야기를 소개해봅니다.

난 팁이 많고 적음에 대해 그리 깐깐하게 구는 웨이터는 아니다. 이런 나의 생각을 뒤흔든 사건이 있었다. 어느날 늦은 저녁, 한 남자가 식당에 오더니 특별한 여자친구와의 저녁을 갖고 싶다고 부탁하며 나에게 여자친구를 위한 꽂다발을 맏겨놓았다. 마침 손님이 많이 않아서 우리는 특별히 그들에게 모닥불 난로가에 자리를 마련해 주었고, 그가 원하는 모든 서비스를 제공했다. 또한, 서비스로 공짜 디저트도 제공했다. 그런데 내가 받아든 계산서에 팁이 한 푼도 없더라.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달려가 그들에게 물었다.

"Was there anything wrong with your service?"
(제가 뭐 잘못해 드린 거라도 있었나요?)

그러자 여자는 무슨 일이지? 하는 표정이었고, 남자는 올 것이 왔다는 듯 잠시 머뭇거리더니 아무 문제 없다고 천연덕스럽게 나를 바라보았다. 그래서 나는 재차 물었다. "정말 아무 문제 없었나요?" 그러자 자신의 지갑을 뒤적거리며 영수증을 펼쳐보았고, 여자는 "혹시 너 팁 안 준거야?" 라고 묻더군. 그러더니 그 남자는 당황한 표정으로 자동차로 달려가더니 꼬깃꼬깃 접힌 돈 5달러를 들고 나왔다.
만약 진상손님이 되어 웨이터를 식당 밖까지 뛰어나오게 할 거라면 제발 꽃다발 이벤트 같은 거 식당에서 하지 마라.
- Jymtarr의 게시물 중에서 (www.reddit.com) -

사실 팁이란 것은 내가 예상치 못한, 일상적인 대접 이상을 받았을 때 감사의 마음으로 지불해야 하는 것인데, 15%의 팁이 거의 의무적으로 되어 있는 미국의 현재 상황은 분명 뭔가 꼬일대로 꼬인 것입니다. 이 문제에 대해 많은 미국 누리꾼들이 토론을 했음은 불보듯 뻔한 일입니다. 가뜩이나 음식값에 세금이 적혀 있지 않아 세금도 따로 지불해야 하는 미국 계산서에서 팁은 사람을 두 번 짜증나게 하는 시스템임에 틀림 없고, 팁에 대한 정확한 법규나 기준 없이 그냥 그때그때 내가 간 식당의 상황에 맞게 적당히 맞추어 주는 것이다 보니 식당의 팁문화는 미국인들이라고 정확한 가이드라인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당연히 그들도 헷갈려하고 불편해합니다.


팁 받는 만큼 미국 식당 서비스가 더 좋을까?

사진출처: Flikr(원문게시자 링크)

그렇다고 미국의 서비스가 한국만큼 좋을까요? 한국의 경우 대부분의 '살가운' 고객 접대의 경우는 가격대가 높은 양식이나 한정식 집 등, 비싼 곳에 가야 느낄 수 있습니다. 반면 미국의 레스토랑에서 평균적으로 느끼는 접객 태도는 팁 한푼 안받는 한국 직원들보다 못하다는 느낌입니다. 게다가 한 사람이 특정 테이블 몇 개를 전담하는 제도 탓에 급하게 웨이터를 찾을 때 그 직원이 다른 테이블에 그릇을 치우고 있거나, 잠시 화장실에 간 경우, 눈만 멀뚱멀뚱 뜨고 자기 차례를 기다려야 할 때도 부지기수입니다.


없애기도 그냥 두기도 뭐한 팁

미국인들도 일견 부당하다고 인정하지만 없어지지 않는 팁 문화. 우리 입장에서는 '그까짓 것 시원하게 계산서에 미리 포함시켜 내놓거나, 없애면 되는 것 아닌가?'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미 레스토랑 직원들의 경우 기본 시급이 팁을 감안해 낮게 설정되어 있고, 그에 맞춰 식당의 자금도 돌아가기 때문에 한순간에 그것을 바꾼다는 것이 쉽지가 않습니다. 유럽의 경우 이런 특정 수준 이상의 팁을 거의 의무적으로 요구하는 국가가 드물다고 합니다. 미국의 팁문화는 확실히 특이하긴 합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