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와쨔쨔의 영어이야기: 미국 조기유학, 알아두어야 할 점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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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21 May 2011 09:33 PM PDT 90년대 중반, 중학교를 졸업할 무렵부터였습니다. 학급당 한두명씩 외국으로 유학가는 친구들이 생겨났었습니다. 아버지의 직장 때문에 가는 친구들도 있었고, 떨어지는 성적을 감당 못해 가는 경우도, 더러는 '사고'를 쳐서 외국으로 가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담임 선생님의 소개 아래 교탁에서 작별 인사를 하고 떠나는 아이들을 보며 한편으로는 '와! 부럽다!' 하기도 했지만, 또다른 한편으로는 '유학이 그들의 인생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 하는 생각도 했었습니다. 그런 생각의 배경에는, 초등학교 3학년 때 읽었던 이원복 교수의 먼나라 이웃나라의 한 장면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먼나라 이웃나라, 프랑스 편 중에서
유학에 대한 환상이 깨지던 순간 1. 미국에서 대학을 다니면 미국인들과 어울리며 미국식 생활을 할 것이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모두 다 '대부분 거짓' 이었습니다. 분명 미국인데, 한국인의 삶을 살다 물론 더러는 완전히 미국인들과 융화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이런 생활을 기피하는 경우도 있지만, 주변에 즐비한 한국인을 무시하고 미국인들과만 지낸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임에 틀림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5년이 지나도 영어 실력이 정체되는 경우가 대부분. 졸업반 학생들도 간단한 프리젠테이션 하나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잘 들리지 않는 영어로 우물대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됩니다. 졸업장은 '빛나지' 않는다 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고작 1~2년의 취업 연수 기간이 미국에서 제공하는 취업 기회의 전부입니다. 이 기간동안 스스로 자신의 신분을 보장해 줄 회사를 찾아 취업 비자를 구하던가, 아니면 상급 학교(석박사 과정 등)로 진학해 학생 신분을 유지하지 않으면 바로 본국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취업 비자의 경우 회사의 규모가 크거나, 기존의 외국인 취업 진행 경험이 있는 회사가 아닌 이상은 쉽사리 그 혜택을 주려 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취업 비자를 받은 경우, 상대적으로 미국인 직원에 비해 임금의 액수 등에서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회사를 그만두는 경우 새 직장을 바로 구하지 못하면 바로 비자의 기능이 사라지기 때문에,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합니다. 유학을 오는 데에도 힘들었고, 학교를 다니면서도 힘들었는데, 졸업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미국 생활을 포기하게끔 하는 어려움에 맞닥뜨리게 되는 것입니다. 조기 유학의 위험성
요즘은 10대 초중반의 자녀들을 해외에 조기 유학 보내는 부모들이 늘고 있습니다. 어린 나이에 유창한 영어를 구사할 수 있게끔 교육시키고, 미래에 더 나은 삶을 보장받게 하고자 하는 생각에서 출발합니다. 조기 유학이 과연 얼마나 자녀의 인생에 도움이 될 수 있을까요? 저는 여기에 의문점을 갖고 있습니다. 바로 아래와 같은 이유 때문입니다. 1. 청소년은 부모가 필요합니다. 유학을 정녕 꿈꾸고, 많은 기대를 가지고 떠난다 하더라도 10대의 청소년들에게 필요한 것은 부모의 관심입니다. 부모라는, 무제한적인 관심과 사랑을 주는 상대가 곁에서 사라지는 순간, 많은 청소년들이 그 부모의 역할을 대신해 줄 사람을 나름대로 마련하려 합니다. 자신의 절친이 될 수도 있겠고, 선생님이 될 수도 있겠지요. 이런 과정에서 좋은 친구를 사귄다면 많은 도움이 되겠지만, 잘못된 친구를 만나 탈선을 할 우려도 큽니다. 또한, 외국에서 경험하는 것들에 대한 '옳고 그름에 대한 가치 판단'을 정확하게 해 줄 사람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것이 상대에게 당한 모욕적인 언사이던, 술담배이건, 마약이건 간에, 정확하게 조언해주고 관리해주는데 있어서 지천에 떨어진 부모의 역할은 제한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2. 이도 저도 아닌 언어 능력 중/고등학교 시절에 미국으로 유학온 아이들의 많은 수가 호소하는 문제입니다. 미국에 오는 순간, 자녀의 한국어 능력의 발달은 정지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열 서너살이면 한국어는 당연히 유창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13세의 아이와 25세의 청년이 쓴 글을 읽으면 그들의 언어 능력이 동일하다고 할 수 있을까요? 한국에서 중/고교를 다니면 꾸준히 논술 준비도 하고, 입시를 위해 소설도 많이 읽고 하지만, 영어를 배우느라 치열하게 살아가는 동안 그 소중한 기회는 고스란히 사라지고, 영어 또한 아주 어린 나이에 시작한 것이 아니기에 고급 표현보다는 10대 또래들이 쓰는 표현 위주의 영어만을 학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조기 유학을 간 학생들의 경우, 고급 표현을 구사하고, 학술적 글을 쓰는데 어려움을 많이 겪습니다. 3. 정신적 충격. 그리고 곱절의 노력을 감당할 수 있는지 유학생들은 현지 학생들이 공부만 해도 되는 시간을 쪼개어 어학 공부도 같이 해야 합니다. 어린 시절에 유학온 친구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처음 미국에 왔을 때 기억 나? 다들 내가 모르는 말로 대화하고, 완전히 다른 세계에 떨어져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 그 순간." 유학온 국가의 언어 능력이 미진한 상태에서 남들보다 두 배 세 배의 노력을 해야 합니다. 의지가 강하고, 넉살이 좋은 학생이라면 기를 쓰고 따라잡고 하겠지만, 수줍음이 많고, 다른 사람보다 언어 학습 능력이 다소 부족한 경우엔 그 어린 나이의 감수성에 큰 상처가 될 수 있습니다. 4. 부모도 아이의 미래는 모르는 것 자신의 아이를 최고로 키우고 싶은 것은 모든 부모님의 꿈이겠지만, 그 최고의 자리에 올라서는 자녀들의 수는 정해져 있습니다. 어떤 자녀는 해외 유학을 가 영어를 공부하는 것 보다는 한국에서 꾸준히 공예를 배워 공예가가 되거나, 한국 역사를 공부하는 데 소질이 더 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무턱대고 '우리 아이는 XX를 배우고 싶은데, 미국에 무슨 YY대학이 이걸로 유명하다면서요?' 하는 질문이 유학을 보내는 부모가 던질 수 있는 가장 부적절한 질문입니다.
어릴 때부터 선택보다는 '이 코스가 엘리트로 가는 코스다.'를 정해주고 그 통로를 따라가라고 교육하면, 결국 그 인간은 나이를 먹고, 그 인도자가 사라지는 순간 방황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끊임없이 선택할 기회를 주고, 무엇을 좋아하는 지 관찰하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 이 이야기는 위에서 이야기했던 '의지가 강하고, 넉살이 좋은 학생의 경우 유학을 잘 할 것이다.' 하는 부분과도 상통합니다. 미국에 가서 다른 유혹에 빠지지 않고 열심히 할 아이들은 애초에 자신이 나서서 공부하고 싶은 분야까지 정해놓고 유학 보내 달라고 할 겁니다. 하지만 대학에 가는 순간까지도 '난 내가 무엇을 해야할 지 잘 모르겠어.' 라고 고민하는 자녀의 모습을 원치 않으신다면, '이 대학이 이게 좋다면서요?' 보다는 '우리 아이가 이 대학에 가겠다고 준비중인데 부모로써 어떤 부분을 조언해줘야 할까요?'가 더 옳은 질문이 아닐까 합니다. 유학을 유익하게 보내려면 2. 한국어를 완벽하게 마치고 가야 합니다. 자녀가 완전히 미국 사회에서만 살 거라서 한국어를 잘 못해도 상관이 없다면야 모르겠지만, 10대에 유학가서 한국어 실력이 정체되는 경우, 그리고 추후에 한국에 와서 회사를 다니는 등의 경우, 이러한 어눌한 한국어 능력은 큰 단점이 될 수 있습니다.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고객을 만나고, 누군가에게 기술적인 부분에 대한 정확한 설명을 해야 하는데, 한국어 고급 표현을 몰라 우물쭈물대는 일이 생깁니다. 한국어를 잘 못해도 상관 없는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미국 영주권/시민권이 나오기 전까지는 한국에 당장 내일이라도 돌아가야 하는 상황이 언제라도 생길 수 있습니다. 3. 자녀가 정말로 원하는지를 먼저 아셔야 합니다. 막연히 더 잘 될거라는 환상을 버리셔야 합니다. 우물쭈물대다가 결국 한국 복귀로 귀결되는 것이 유학입니다. 남들 피터지게 공부하고 취업준비하는 시간에, 별로 도움도 안되는 미국 대학 졸업장으로 한국에서 방황하느니 한국에서 학교를 나오는 것이 훨씬 낫습니다. 어느 나라나 외국인의 취업문은 상당히 제한되어 있습니다. 특히 미국은 외국인도 자유롭게 편의점가서 이름 적어 내고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는 그런 나라가 절대 아닙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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