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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토니오의 생각~/영어배움터

뉴욕판 지하철 민폐녀의 등장

지하철에서 학력 내세우다 망신당한 미국 여성?

Posted: 17 Jun 2011 04:38 PM PDT


지하철에서 승객간 말다툼을 동영상/사진 등으로 찍어 인터넷에 올리는 경우를 심심찮게 봅니다. XX녀, XX남 하면서 별명까지 붙는 이런 영상들을 보면 '나라면 안그럴텐데 왜 저럴까?' 하는 사람들에 대한 내용들이 대부분이죠. 공중도덕을 무시한다던가, 타인에게 피해를 줘 놓고 나 몰라라 하거나, 적반하장식으로 따지고 드는 사람들까지, 별의 별 이야기들이 다 있습니다. 오늘은 뉴욕에서 있었던 비슷한 일화를 하나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뉴욕판 지하철 민폐녀의 등장

뉴욕 맨해튼으로 통하는 다양한 대중 교통수단 중 메트로 노스(Metro North)라는 노선이 있습니다. 맨해튼으로부터 차로 1~2시간 떨어진 거리에 있는 시민들을 위해 만든 광역 전철입니다. 지난 주, 이 열차 안에서 작은 소동이 있었습니다.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이 올린 동영상과 글에 기초해 볼 때, 일의 순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비디오를 보실 분들은 아래 동영상을 클릭해 주세요. 유튜브 재생이 더 편하신 분은 이곳을 눌러주세요.)
 

 

메트로 노스 노선도. 빨간 원 안이 맨해튼



문제의 동영상(이곳을 누르시면 유튜브로 동영상을 보실 수 있습니다.)


Hermon이라는 여성이 기차 안에서 핸드폰으로 크게 통화를 하고 있었습니다. 주변 승객들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여성은 급기야 욕를 섞어 가며 통화를 했고, 참다 못한 승객 중 한 명이 기관사에게 신고를 했습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여성 기관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비속어를 쓰지 마시고 작은 소리로 통화하던가 아니면 객실과 객실 사이로 가서 통화해줄 것'을 정중히 요청했습니다.(Please keep it down and stop using profanity or to take it to the vestibule.) 그러자 Hermon은 고성을 지르기 시작했고, '내가 무슨 깡패인줄 아느냐? 내가 했던 비속어를 한번 얘기해보라'며 억지를 썼습니다. 급기야 다른 남성 기관사가 현장에 왔고, 이 여성은 이런 말을 합니다.

"Do you know what schools I've been to and how well-educated I am?" 
내가 어떤 학교를 졸업했고, 내가 얼마나 고급 교육을 받은 사람인지 알기나 해?



그녀의 학력 발언에 어이를 상실한 여성 기관사는 아예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고, 남성 기관사에게 상황 대처 방안을 논의하기 시작했습니다. (기차를 세우고 이 여자를 조치해야 하는지 등)

이 와중에 Hermon은 대화 중간에 계속 끼어들며 '내가 이 열차를 얼마나 자주 이용하는지 아느냐? 나는 이 열차 요금을 환불받고 싶다. 열차를 세울거면 당장 세워라. 나는 내리는게 낫겠다.'는 등 계속 의견을 피력합니다. 이 와중에 여자 기관사와 실수로 슬쩍 부딧힌 Hermon 은 '어? 만져서 미안해! 이제 내가 쫒겨날 이유가 확실해 진거지? 제발 나를 쫒아내. 운임 환불해 줘. 내 옆에서 떠나줄래?'를 연발합니다. 기관사들이 모두 떠나자 
"I'm not a crazy person. I'm a very well-educated person."(나 이상한 사람 아냐. 난 좋은 대학 나온 사람이야.)를 강조하며 이 비디오는 끝이 납니다.
 


됐거등?


누리꾼, 그녀의 발언에 실소

누리꾼들의 반응은 대체로 이렇습니다. 열차에서 남들에게 피해를 줘 가며 비속어 섞인 전화 통화를 했으면 기관사의 제지에 순응하고 나가서 통화를 하던가 소리를 좀 줄였어야 했는데, 거기서 오히려 자신의 학력이 높다는 점을 과장한 부분이 논란의 중심이 되었습니다. 미국에서도 높은 학력을 내세우는 사람들에 대한 반감이 큼을 강조하는 부분일 것입니다. 댓글 중에는 이런 내용도 있었습니다.


Rocknrope
하버드 대학교 나온 사람들이 몇 초만에 자기 입으로 '내가 하버드 나왔는데..'를 말하는지 측정하는 게임 해보면 재미있을거야.


이 댓글은 많은 추천을 받았고, '하버드 나왔다는 걸 안밝히는 사람이 있긴 하냐?' 혹은 '얘기 안하려고 해도 하버드 나온 사람들은 어떻게든 자기 하버드 나왔다고 입에서 꺼내더라.'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미국은 한국에 비해 대학 진학률도 낮고(34%), 대학을 굳이 나오지 않아도 먹고 사는데 문제 없는 직업군도 정말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나는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은 사람이다. 내가 무슨 학교 나왔는지 알기나 해?' 같은 표현이 통할 리 없습니다. 좋은 대학? 그게 무슨 상관이냐 이거죠.



신상정보가 털리다

이 사건이 있고, 동영상이 올라오면서 네티즌수사대는 그녀의 학력을 링크드인(LinkedIn)에서 찾아냈습니다. 링크드인은 서로 어느 분야에 전문적 소질이 있는지를 공개하며 업무적으로 도움을 찾는데 많이 사용되는 웹 사이트로, 페이스북에 비해 조금 더 높은 연령층에게 사랑받고 있습니다. 




자랑스러웠던 고학력의 이미지 역전

그녀의 프로필에서 가장 주목을 받았던 것은 역시 어느 학교를 나왔느냐 였습니다. NYU(뉴욕대)를 다닌 것으로 나오자, 누리꾼들은 그동안 NYU에 대해 생각해왔던 비판을 쏟아내기 시작합니다. 내가 어느 학교 나온줄 알기나 하냐고 으스대기에는 조금 기대에 못 미친다는 것이죠. 비싼 등록금뿐인 대학, 명성에 비해 과대평가된 2류 대학(second rate school), 동물 배설물 속 티끌만큼의 금덩어리(우수한 학생이 별로 없다) 등으로 NYU를 비난하는 댓글들이 무수히 달렸습니다.


또한 그녀의 출신도 화제가 되었는데요, 미국에 오래 사신 분들은 느끼셨겠지만, 그녀의 말투는 인도계 2세의 억양이 살짝 느껴집니다. 중동 사람들의 사고방식에 비추어 그녀의 분노를 이해해야 한다는 댓글부터, 인도계 미국인들을 비판하는 댓글까지 올라왔습니다.

이로써, 공공장소에서 벌어진 그녀의 무례한 행동은 그녀를 조금은 독특한 인터넷 스타로 만들었습니다. 이윽고 그녀의 링크드인 계정은 폐쇄되었고, 처음 그녀의 동영상을 찍어 올렸던 누리꾼의 유튜브 동영상 또한 삭제되었습니다. 그녀의 어투, 부모의 (예상)국적, 학력 등 다양한 내용과 전철이라는 사건 발생 장소를 보면, 그동안 우리나라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던 다양한 일반인 사건들의 종합판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듭니다. 많은 누리꾼들은 한편으로 뉴욕 메트로 기관사의 침착한 대응을 칭찬하기도 했구요.

참고로, Hermon양이 실랑이를 벌인 지 약 1분 후, 해당 전철에서는 다음과 같은 안내방송이 나왔다고 합니다.

"승객 여러분, 전동차 안에서의 무례한 행동을 삼가해 주시기 바랍니다. 특히, 하버드나 예일대 출신, 혹은 웨스트포트(Hermon의 목적지로 예상되는 곳)에서 오신 분들은 더욱 주의해주세요."




이 이야기 속 교훈이 있다면? 아마도 이런 거겠죠. 우리나라에서도 종종 자신의 직업/학력, 나아가 친인척의 직업을 들이대며 따지고 드는 분들 계신데, '그거랑 지금 이거랑 무슨 상관인가요?' 하고 반문할 수 있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출처
1. 동영상
http://www.youtube.com/watch?v=0ufk8Gglw6Y&feature=player_embedded

2. 인터넷 기사
http://www.doobybrain.com/2011/06/16/crazy-woman-on-metro-north-claims-to-be-well-educated/

3. 네티즌 댓글
http://www.reddit.com/r/videos/comments/i1h4u/excuse_me_do_you_know_how_well_educated_i_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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