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25일 가톨릭대 교회음악대학원에서 열린 제1회 전례음악 봉사자대회.
김건정(파트리치오)씨는 백남용(가톨릭대 교회음악대학원장) 신부의 주제발표에 대한 약정토론을 마무리하면서 전례음악에 관한 11가지 질문을 백 신부에게 쏟아냈다.
'사제들의 그레고리오 성가 홀대', '국악성가ㆍ생활성가ㆍ전례음악간의 위상', '전례음악가 양성과 처우 문제'등 상당히 까다로운 질문들이었다. 대회 참석자들은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준 질문들"이라며 토론석에 앉아있는 김씨에게 박수를 보냈다.
김씨는 전례음악 봉사자들 사이에서 꽤 유명인사다.
25년 동안 5개 교구 11개 성당에서 성가대를 지휘했다. 전례봉사를 하면서 겪은 시행착오를 비롯해 독학으로 공부해 축적한 알토란같은 정보를 「교회전례음악」(가톨릭출판사, 1987년)이란 책에 담아 펴내기도 했다. 성가(성가대)에 대한 사제 인식조사 자료집도 냈다.
이뿐만 아니다. 지난 4년간 전국 성당과 수도원, 심지어 국내 정교회 성당과 이슬람 사원까지 찾아다니면서 전례음악을 들어보고 그에 대한 참관기 100여편을 인터넷 굿뉴스에 올려 놓았다. 그의 열성과 성실한 태도에 다들 혀를 내두른다.
그렇다고 학창시절에 음악을 전공한 음악도는 아니다. 해군사관학교를 나와 해군 대령으로 예편(1997년)한 '바다 사나이'다. 중위 시절, 동료를 따라 군인성당 성가대에 합류해 노래하면서 성음악에 반했다. 그리고 이듬해 세례를 받았다.
"성음악에 홀딱 반하니까 보이는 게 없더라고요. 최고 지휘관이 주재하는 회식 자리에서도 툭하면 성가대 연습하러 도망나왔으니까요. 그러고도 대령까지 진급했으니 하느님이 도와주신 거죠."
그는 "전례음악 봉사를 하는 동안 '눈물 젖은 빵'을 삼키는 듯한 설움도 많았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군인 신분으로서 전례음악을 공부할 데가 없었다. 전례에 막히고, 음악에 막힐 때마다 이 사람 저 사람 찾아다니면서 물었다. 발로 뛰어다니면서 자료를 구해 독학으로 공부하다시피했다.
또 성가를 멋지게 지휘하고 내려오면 사람들이 음대 출신이냐고 물었다. "아니다"라고 대답하면 사람들은 성가의 감동이 반감된 듯한 표정을 지었다.
80년대 중반 서울대교구 종교음악연구소에서 성음악에 대한 갈증을 푼 그는 전역 후 대구 가톨릭대 종교음악과에 편입해 이론을 연마했다.
"음악이 전례를 얼마나 신비롭고, 풍요롭게 보태 줍니까. 교회는 전례음악가들을 적극 활용해야 합니다. 지금은 종교음악과 전공자들이 졸업 후에 갈 곳이 없어요. 최근 전례음악가를 유급 채용하는 본당들이 조금씩 늘고 있어 그나마 다행입니다."
그는 10여년전 별세한 작곡가 나운영씨 사례를 언급했다. 원래 명동성당 신자였던 나씨는 음악가를 제대로 대우해주는 개신교로 건너가 1000곡이 넘는 찬송가를 작곡했다. 나씨가 개신교 음악 발전에 끼친 영향은 지대하다. 가톨릭 신자들이 즐겨 부르는 나씨 노래 '주께 드리네'(가톨릭 성가 214번)는 결국 개신교에서 빌려온 곡이 되는 셈이다.
그는 "얼마 전 교황 장례미사와 즉위미사 TV 중계에서 확인했듯 그레고리오 성가와 다성음악은 전 세계인이 감동하는 뛰어난 가톨릭 문화유산"이라며 "이제는 그런 문화유산을 지키고 가꾸는 '하느님 군인'이 되는 게 소망"이라고 말했다.
김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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