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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의 이해~/하느님 사랑

분도 출판사의 편지

+ 하느님은 모든 일에 있어 영광 받으소서

김정태님께

안녕하십니까? 분도출판사 김 대건 안드레아 신부입니다.

한낮의 더위를 뒤로 하고, 아침 저녁으로 쌀쌀한 것이 만연한 가을입니다. 곧 단풍이 시작된다고 하니, 가을의 정취를 물씬 더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난 주 한국순교성인대축일도 지냈고, 9월 순교자 성월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몇 해 전, 이모 수녀님께서 수도자로 평생을 살기로 약속한지 50년이 되어서 친지들과 함께 미사를 봉헌한 적이 있었습니다. 수녀님께서는 틈틈이 자신의 삶을 기록한 작은 회고록을 일일이 친지분들에게 나누어 주시면서 어릴 적 할머니에게 들었던 박해시대 때 신자들의 신앙생활에 대하여 이야기 해주셨습니다.

신앙 때문에 삶과 죽음이 오고가던 박해시대, 신자들은 죽음의 덫이라 불리던 5가작통법이라는 감시속에서 어렵사리 신앙생활을 했다고 합니다. 신부님이 오신다면 수백리 길도 마다않고 밤에 산을 넘고 강을 건너서 모여 미사를 봉헌하고 성사의 은혜도 받았다고 했습니다. 한번은 몰래 모여서 판공성사를 하는데, 입을 만한 깨끗한 옷이 없어서 모두들 걱정을 하고 있었는데, 마침 누가 새로 지은 모시 치마 저고리 한 벌과 버선 한 켤레를 가지고 와서 전 교우가 그 옷을 돌려 입으며 성사를 보았다고 합니다. 수녀님께서는 “이처럼 정성스럽게, 어렵사리 지켜온 신앙인데... 요즘 우리는 신앙생활 하기에 얼마나 편한가?”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또 “현세적인 일에만 매달려서 잘 살고, 일단 성공해야한다는 정신만 자녀들에게 가르치고, 기도 생활보다는 취미생활을 우선적으로 생각하니까 정말 걱정이 된다.”고 하셨습니다.

한 사람이 예수님을 따르는 일은 굳은 결심과 선택 없이는 이루어 질 수 없습니다. 굳은 결심과 선택은 복음의 진정한 가치를 발견할 때 가능할 것입니다. 예수님이 내 삶의 구원자요 해방자라고 확신하는 사람은 그 사실을 주변 사람들한테 들어서 우연히 알게 되었든, 자신이 사람들에게 직접 물어봐서 알게 되었든, 자연히 예수님의 삶을 자기 삶의 모범으로 삼아 그 뒤를 따르게 마련입니다. 예수님께서 구세주 그리스도이시기 때문입니다.
신앙생활을 하는데 있어 고통을 받아들이고, 남을 위해 희생해야겠다는 마음보다는 내가 가진 것을 지키는 것은 물론이고, 물질적으로 풍요를 누리고자하는 현세적인 기쁨과 행복을 좇고 있는 듯 싶습니다.
물론 몰라서 그런 것은 결코 아니라 생각합니다.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것처럼 부활은 고통과 희생, 그리고 죽음 없이는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사건임을 우리는 귀가 따갑도록 들어서 잘 알고 있습니다.
신앙인들 가정을 보면 서너 개의 십자가는 꼭 있습니다. 거실, 주방, 안방... 자동차 안... 심지어 목과 귀에까지 십자가를 걸고 다닙니다.
십자가에 달리신 주님을 항상 보고 가까이 하지만 막상 그 십자가가 나에게 주어졌을 때, ‘내가 무슨 잘못이 있다고 나에게 고통을 주시는가?’하고 원망할 때가 많은 것 같습니다. 이는 우리가 세상의 가치와 하느님 나라의 가치를 제대로 식별해 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제대로 된 가치를 식별해 내지 못하기에 우리는 제대로 된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것입니다.
우리 신앙인들의 결단에는 반드시 필요한 것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그분께 대한 확고한 믿음입니다. 믿음이야말로 자기 삶이 따라야 할 모범이 누구인지를 올바로 바라보게 하고 그러한 삶에로의 투신을 가능하게 합니다.
우리는 세례를 통해서 믿음을 가지고 주님을 선택하고 그 분의 삶을 따르기로 결단하였습니다. 세례식 때 : “사랑하는 교형 자매 여러분, 우리는 지금 이 순간 세례를 통해서 주님을 믿음으로 받아들였습니다. 각자 나름대로 여기에 오기까지 참으로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결국 주님을 믿음으로 받아들이기로 선택과 결단을 이 자리에서 내렸습니다”라고 합니다.
이제 그 믿음을 가지고 주님을 따라나서야 하겠고, 주님을 우리의 삶 속에서 느끼며 살아야 할 것이고, 아울러 어정쩡하게 따라나서는, 그래서 한쪽 발만 담그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얼마 전, 서울 장충동 소재 분도출판사 오프라인매장을 새단장하였습니다. 각종 성물들도 많이 있구요. 빠른 시일내에 홈페이지를 통하여 성물도 판매할 예정이오니, 관심 가져주시면 저희들에게 큰 힘이 되겠습니다.

김정태님, 가족과 함께 풍성한 한가위 맞으십시오.

분도출판사 김 대건 안드레아 신부 드림